테니스 천재 정현(22·한국체대)이 유럽의 벽을 무너뜨리고 있다. 호주오픈은 정현의 돌풍으로 뜨겁다. 랭킹 58위에 불과한 아시아 선수가 세계 최강 유럽 선수들을 연파하며 4강까지 올라섰다. 정현은 본선 1라운드에서 랭킹 35위 미샤 즈베레프(31·독일)에게 기권승을 거둔 뒤 2라운드에서 53위 다닐 메드베데프(22·러시아)를 3-0으로 잡았다. 32강에서 톱5 안에 위치한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까지 꺾었다. 16강은 정현의 인생 경기였다. 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자 자신의 우상인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를 무너뜨리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조코비치의 현재 랭킹은 14위다. 이 흐름은 미국발 파란을 일으켰던 랭킹 97위 테니스 샌드그렌(27·미국)도 8강에서 멈춰 세웠다. 정현은 24일 호주오픈 8강전에서 샌드그렌을 넘고 한국 최초로 메이저 대회 4강에 올라섰다. 외신들은 강렬하고 아름다운 아시아 천재를 향해 찬사를 멈추지 않고 있다.
2018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가 담아내고 있는 핵심적 이야기는 '아시아'다.
테니스는 유럽이 점령한 스포츠다. '유럽의 전유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유럽 선수들의 절대 강세 흐름은 무너지지 않았다. 하지만 호주오픈의 분위기는 다르다.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아시아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이는 이제 테니스가 유럽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또 아시아 테니스의 발전과 성장을 인정해야 할 시대가 찾아온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이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 이는 한국의 테니스 천재 정현이다.
현재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 랭킹을 보면 '유럽 천하'다. 1위 라파엘 나달(32·스페인)을 비롯해 로저 페더러(37·스위스) 그리고르 디미트로프(27·불가리아) 알렉산더 즈베레프(21·독일) 도미닉 티엠(25·오스트리아) 마린 실리치(30·크로아티아) 데이비드 고핀(28·벨기에)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33·스위스)까지 톱10 중 8위까지 모두 유럽 선수들이다. 9위가 미국의 잭 소크(26), 10위가 아르헨티나의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30)다. 아시아가 들어설 틈이 없다.
이제 정현이 진정한 아시아의 상징으로 등장할 차례다. 아시아 선수로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은 2014년 US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일본의 니시코리 케이(29)다. 지금까지 아시아를 상징하는 선수로 각인된 니시코리다. 정현이 호주오픈 결승에 진출한다면 아시아 최고 성적 타이를 이룬다. 그리고 우승을 일궈 낸다면 아시아 최초의 선수로 등극할 수 있다. 세계 테니스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위대한 도전이다. 아시아 테니스 이미지가 급변할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이 된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정현에게 이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 역대 랭킹 1위도 노려 볼 만하다. 이 역시 니시코리가 가지고 있다. 그는 현재 24위로 아시아 1위다. 그리고 2015년엔 무려 4위까지 올랐다. 아시아의 상징으로 불릴 만한 순위다.
정현에게도 불가능한 숫자가 아니다. 그는 호주오픈 4강 진출로 720점을 획득해 다음 주에 발표되는 랭킹에서 30위권 내 진입이 확실시된다. 일단 자신의 최고 순위였던 44위는 물론이고 한국 역대 최고 순위였던 이형택(42·은퇴)의 36위까지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결승에 진출한다면 20위권 안에 포함될 수 있고, 우승을 차지한다면 단숨에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이번에 혹시 실패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에게는 무궁무진한 시간과 기회가 남아 있다. 한발 더 전진해야 한다. 나달과 페더러 그리고 조코비치와 앤디 머레이(31·영국)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세계 테니스의 황제들이 30대를 넘어 전성기에서 내려오고 있는 반면 정현은 이제 겨우 22세다.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폭발력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세계를 제패하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