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산업화를 위한 로드맵에서 정운찬 총재는 미국의 MLB.com처럼 KBO.com을 구축, 통합마케팅을 위한 주된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과연 미국의 MLB.com을 벤치마킹 하여 KBO.com을 국내 프로야구 산업의 통합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가능하고 바람직할까.
정운찬 총재가 제시한 KBO.com과 유사한 웹사이트로 koreabaseball.com이라는 KBO 홈페이지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해당 사이트에서는 국내 프로야구 관련 동영상, 기록, 구단 뉴스, 온라인 쇼핑몰 등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즉, 국내 프로야구를 위한 통합 플랫폼이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단지 활성화되고 있지 않을 뿐이다. 가장 큰 이유는 뭘까. 경기 중계나 각종 기록, 뉴스를 보다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대체 플랫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다음 등이다. 일부 인기 구단은 굳이 통합마케팅을 통해 경기장 티켓이나 구단 상품을 판매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MLB.com은 뉴미디어 매체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에 경기 중계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발하고 자체 기자단을 운영하는 등 다른 매체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독창적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제공했다. 미국 프로야구 포털사이트로서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다양한 뉴미디어가 이미 정착됐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전문성이 전혀 없는 KBO가 MLB.com과 유사한 프로야구 포털사이트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물론 KBO가 경기 콘텐트를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 중계 서비스 등을 독점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고객의 불만을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열성적인 프로야구 팬이라도 축구, 농구, 배구 경기를 보고 싶어할 것이다. 프로야구 뉴스 외에 일반적인 정치·경제 뉴스 역시 포털사이트를 통해 편하게 접하고 싶어한다. 제품을 생산한다고 유통까지 제조 기업이 모두 도맡아 할 필요가 있을까. KBO는 수준 높은 경기 콘텐트를 생산하는데 보다 집중하고 해당 서비스의 유통은 아웃소싱하되, 그 업체가 프로야구 경기 콘텐트를 활용해서 얻게 되는 이익을 합리적 수준에서 배분받는 것이 더욱 효율적일 수 있다.
그렇다면 프로야구 산업화를 위해 정운찬 총재가 강조하는 KBO.com을 어떤 방식으로 구축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프로야구 산업의 가치창출은 선수 양성부터 구단 제품 판매까지 일련의 가치사슬을 통해 이루어진다. 프로야구 산업화를 위해 각 가치사슬 요소별로 KBO의 주도적인 역할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KBO는 KBO.com을 이러한 역할 수행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즉 프로야구 산업화에는 필수적이지만 개별 구단이 제공할 유인을 가지기 힘든 다양한 공공재적 서비스를 KBO.com을 통해 제공해야 한다.
우선 야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KBO.com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KBO가 이미 전수 조사한 전국 야구장 현황이나 대학별 클럽야구 현황 등을 편하게 검색할 수 있도록 하고 은퇴 선수들이 운영하는 야구 교실에 대한 전국적 포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생활체육으로서 야구의 저변을 확대하고 나아가 은퇴 선수들의 재취업 기회를 높여 원활한 선수 공급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프로야구 관련 행정 및 경기 진행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도 KBO.com이 활용될 수 있다. 최근 중계권료 산정 등에 있어 KBO 행정의 불투명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경기 심판의 오심이나 선수 상벌 사항에 대한 팬들의 의구심도 크다. 프로야구 업계를 둘러싼 이러한 불신이 프로야구의 인기를 저하시킬 수 있는 만큼 KBO는 KBO.com을 통해 이러한 불신을 종식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개별 구단이 제공하지 못하는 다양한 선수들의 스토리를 제공하는데도 KBO.com이 활용될 수 있다. 프로야구 팬들의 고객 충성도가 오랜 기간 유지된 데에는 지역 연고 제도와 함께 레전드 선수들에 대한 향수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KBO는 부산 기장군에 건설하고 있는 명예의 전당과 함께 KBO.com에도 '온라인 명예의 전당' 등을 개설해 레전드 선수나 신진 선수들의 스토리를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과 함께 제공함으로써 이들에 대한 향수를 통해 고객 충성도를 제고할 수 있다.
정운찬 총재가 제시한 것처럼 KBO.com을 통한 통합마케팅 방안도 강구되어야 한다. 지난해 2차 티켓 판매 채널을 시범적으로 개설하여 암표의 폐해를 줄이려고 했던 시도가 좋은 사례다. 이외에도 KBO 인증제도를 통해 개별 구단이 판매하지 않는 독창적인 제품의 온라인 판매 역시 시도해 볼만 하다. KBO 주도로 통합마케팅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일반에 공모한 후 온, 오프라인 심사를 거쳐 선정된 사업안에 대해 크라우드 펀딩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통해 발생한 이익의 일부를 배분받는 형태의 동반성장형 비즈니스 모델을 KBO.com을 통해 구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프로야구 산업화를 위해 정운찬 총재가 제안한 KBO.com의 구축은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 MLB.com의 단순한 모방이 아닌 국내 미디어 환경과 국내 프로야구 업계의 가치사슬을 고려한 한국형 프로야구 포털 사이트로서 KBO.com을 구축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 국내 프로야구 커미셔너인 정운찬 총재의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리더십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