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수장인 이장석(52) 서울 히어로즈 대표가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9부(김수정 부장판사)는 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KBO도 판결 즉시 이 대표의 프로야구 관련 직무를 정지시켰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구단 프런트의 직무 정지는 이 대표가 사상 처음이다. 정운찬 KBO 총재는 "KBO 회원사인 서울 히어로즈의 실질적 구단주 문제로 이번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프로야구 팬과 국민 모두에게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악의 결과다. 이 대표는 2008년 재미교포 사업가인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에게 현대 야구단 인수자금 50억 원 가운데 20억 원을 빌렸다. 2012년 홍 회장 측은 이 금액에 대해 구단 주식 40%를 받는 '투자' 형태였다고 주장하며 양도를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이 대표 측은 "단순 투자금일 뿐, 지분과는 상관 없다"고 맞섰다.
지난해 대한상사중재원이 홍 회장의 손을 들어주며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이 대표 측은 다시 "구단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없다. 현금으로 배상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홍 회장은 거부했고, 이 대표는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걸었다. 결국 지난달 대법원에서 열린 상고심에서도 이 대표가 패소했다. 홍 회장은 "이 대표가 구단의 실질적인 주인이면서도 지분을 양도하지 않는다"며 사기죄로 검찰에 이 대표를 기소했다.
이뿐 아니다. 이 대표는 구단돈을 횡령하고 배임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2010년 2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야구장 내 매점 임대보증금 반환 등에 사용한 것처럼 장부를 조작한 뒤 20억8100만원을 개인 비자금으로 쓴 혐의가 있다. 지인의 유흥주점 인수를 위해 회사 자금 2억 원을 개인적으로 빌려주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모든 혐의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 대표에게 실형 4년을 선고했다.
최대 관심사는 향후 넥센 구단의 앞날이다. 지난해 4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넥센은 올해 메이저리거 박병호를 팀에 복귀시키면서 재도약을 꿈꿨다. 이 대표의 법정 구속과 업무 정지로 새 출발에도 단단한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미 넥센은 지난해 1월부터 최창복 대표이사와 고형욱 단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이 대표는 이들을 사실상 '수렴청정'하며 실질적으로 구단 운영 전반에 관여해왔다.
점점 막다른 길로 몰리고 있다. 넥센은 그동안 "구단이 주식을 발행하지 않아 홍 회장에게 양도할 주식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이 대표는 현재 항소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구단 지분 67.56%를 보유한 이 대표가 항소심에서 형량을 줄이려면 자신의 지분 40%를 구단에 공탁한 뒤 홍 회장에게 양도해야 한다. 그 경우 넥센이 끝까지 피하려고 했던 상황이 벌어진다. 홍 회장이 이 대표보다 많은 지분을 갖게 돼 구단 최대 주주가 바뀌는 것이다. 넥센 구단 운영권은 이 대표가 아닌 홍 회장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최대 주주가 변경되면 KBO 총재에게 다시 구단 운영 승인을 받아야 한다. KBO 이사회가 최대 주주의 재정 상황과 향후 계획을 검토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여기서부터 홍 회장의 방향성이 중요해진다. 구단을 다른 기업에 매각하거나 아예 구단주가 돼 팀을 운영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어느 쪽이든 이 대표는 더 이상 넥센 운영에 주도적인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최악의 경우 10개 구단 체제가 흔들리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 대표와 홍 회장이 지분 양도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극적 합의를 이룰 가능성도 현재는 많지 않다. 이미 양 측은 기나긴 소송 과정을 통해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홍 회장은 여전히 구단 지분을 양도받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이 대표가 부재한 상태로 구단을 계속 끌고 가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 대표가 그동안 사실상 팀 내 모든 의사 결정을 해온 데다, 이미 구단 이미지에 도덕적으로 큰 타격도 입었다. 대기업의 막강한 지원을 받는 다른 구단들과 달리, 넥센은 스폰서십으로 구단 운영비 상당 부분을 충당하는 구단이다. 향후 재정적인 어려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