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지난해 불펜이 강한 팀으로 거듭났다. 구원진 평균자책점은 4.16. 리그 3위 기록이다. 후반기로 범위를 좁히면 1위다. 3.44를 기록했다. 마무리투수 손승락이 이름값을 해냈고, 7년 만에 재기한 조정훈과 '선발 유망주'던 박진형이 셋업맨으로 자리 잡은 뒤 탄탄한 필승조를 구축했다. 전반기를 7위로 마친 롯데가 최종 성적을 3위로 마칠 수 있던 원동력이다.
원래 허리진이 약한 팀이었다. 2015년엔 마무리투수던 김승회가 부진하자 선발이던 심수창을 뒤로 돌렸다가 투수 운용 전체가 흔들렸다. 2016년엔 손승락, 윤길현과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했지만 효과가 미미했다. 작금의 전력 구축은 이름값에 매달리지 않고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코칭스태프의 선택, 그리고 제 기량을 되찾은 손승락 덕분에 가능했다.
어렵게 만든 강점이다. 유지해야 더 높은 위치로 올라설 수 있다. 관건은 셋업맨이다. 일단 박진형은 고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구원투수로 나설 때 구위가 좋다. 정신력도 좋아졌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경험했고, 시즌 뒤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도 출전해 국제대회를 치렀다. 조원우 롯데 감독도 "김원형 수석과 상의를 해보겠지만 셋업맨으로 나서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
변수가 있다. 조정훈이다. 그는 현재 대만 카오슝에서 진행 중인 1군의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않았다. 훈련을 소화할 수 있는 몸상태가 아니다. 3번이나 팔꿈치 수술을 받은 선수다. 전반기 막판부터 포스트시즌까지 쉬지 않고 소화했다. 아직 부상 후유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드는 게 먼저다. 개막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조원우 감독도 조바심을 내지 않고 있다.
각 구단의 불펜 운영은 일반적으로 클로저 1명, 셋업맨 2~3명을 두는 게 정석이다. 보직을 나누지 않고 '토털 운영'을 하는 팀은 대체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롯데는 셋업맨 한 자리가 비어 있는 셈이다. 자원은 풍부하다. 심지어 이름값도 높다.
장시환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kt에 클로저던 그는 지난해 오태곤과 트레이드됐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나선 48경기에서 3승4패8홀드 평균자책점 4.80을 기록했다. 기대를 충족하진 못했다. 전반기엔 셋업맨이었지만 이후 자리를 빼앗겼다. 하지만 이적 2년 차를 맞는다. 강속구도 여전하다. 구단도 믿음을 드러냈다. 연봉 협상에서 높은 인상률(30.8%)을 안겼다. 지난해 12월 결혼을 하며 책임감도 커졌다. 그는 kt의 창단 첫 승을 이끈 주역이다. 그 시절 투구를 다시 보여줘야 한다.
kt산 투수는 또 있다. 조무근이다. 데뷔 첫 시즌이던 2015년 4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44를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큰 키(198cm)에서 꽂히는 위력적인 직구가 주무기. 하지만 이후 2시즌은 크게 부진했다. 이적도 황재균의 보상선수로 하게 됐다. 보호선수 명단에 들지 못했다는 의미. 그를 향한 기대감은 뛰어난 신체조건과 이미 증명한 구위, 그리고 한 팀의 셋업맨과 마무리투수 역할을 해본 경험이다. 김원형 코치의 조련 아래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구승민도 있다. 지난 2015년 이승엽에게 400홈런을 허용한 투수로 기억된다. 최근 2년동안은 상무에서 군복무를 했다. 올 시즌은 퓨처스리그에서 1승14세이브평균자책점 1.51을 기록했다. 수준 차이는 있지만 팀 승리를 지켜야하는 임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입단 3년 차에 선발기회를 얻은 만큼 잠재력도 뛰어난 선수다. 셋업맨 경쟁에 다크호스가 될 전망이다.
캠프 참가는 못했지만 명예회복을 노리는 베테랑도 있다. 윤길현과 이정민이다. 지난해 최고의 시즌을 보낸 우완 옆구리투수 배장호도 상승세에 있다. 롯데 선수단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연봉 인상률(140.7%)을 기록하며 높아진 신뢰와 위상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