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구계의 오랜 숙원인 남녀 국가대표팀 전임감독이 8일 최종 확정된다. 사상 처음 실시되는 전임감독제는 안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지난달 26일 남녀 국가대표팀 전임감독제 도입을 발표했다. 2월 2일까지 공개 모집 기간에 남녀 각 4명씩, 총 8명이 지원했다. 전 국가대표팀·프로팀 감독, 현 경기감독관 등이 도전장을 던졌다. 5일 열린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선 총 8명의 후보가 나와 자신의 경쟁력을 설명했다. 협회 관계자는 "5일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각 후보가 향후 사령탑에 오를 경우 어떤 청사진을 갖고 대표팀을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7일 인사위원회에서 단일, 복수 혹은 모든 후보를 놓고 심의한 뒤 8일 이사회를 통해 전임감독을 최종 확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가대표 사령탑은 주로 선임제였다. 지난해 4월 처음으로 감독 공모가 이뤄졌고, 김호철(남자) 홍성진(여자) 감독이 국제 대회 기간에 짧게 지휘봉을 잡았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배구는 국가대표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임감독제 도입을 결정했다. 대표팀 사령탑이 좀 더 장기적으로 지휘봉을 잡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종전에는 대한체육회 지원으로 대표팀 소집 기간에만 급여가 지급됐다. 그래서 대표팀 사령탑에 올라도 프로 구단 사령탑 제의가 들어오면 대표팀을 두고 떠나기 일쑤였다. 하지만 전임감독은 기본적으로 계약기간이 보장되고 협회에서 1억원에 가까운 연봉도 받는다. 전임감독은 겸임 금지 조항이 삽입된다. 협회 관계자는 "전임감독제 시행으로 좀 더 책임감을 갖고 대표팀을 꾸려 가게 될 것이다"고 자신했다.
임기는 아시안게임(4년) 단위로 설정했다. 국제 대회 종료 뒤 중간 평가를 통해 재신임 여부를 결정한다. 성적이 예상에 크게 못 미치는 경우 교체가 가능하다. 협회 관계자는 "큰 결격 사유가 없는 한 기본적으로 대표팀 사령탑 임기를 보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전임감독제는 국가대표 경쟁력과 직결된다. 계약기간이 보장된 사령탑은 선수 선발은 물론, 경기 운영에 있어서도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며 조직력을 강화할 수 있다. 김호철 전 국가대표 감독은 "올림픽 등 큰 국제 대회에서 선전하기 위해선 한 사령탑이 장기적으로 대표팀을 꾸려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천식 남자경기력향상위원장 역시 "전임감독제 도입으로 대표팀의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졌다"고 반겼다.
배구협회는 전임감독 선발 과정에서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 경기력향상위원회를 개최했고, 대표팀전임감독선발인사위원회도 신설했다. 특히 인사위원회는 협회 측 4명, 한국배구연맹(KOVO) 측 2명으로 구성된다. 대표팀 감독 선임에 KOVO 관계자가 함께하는 점이 눈에 띈다. 협회와 KOVO는 지난달 21일 올스타전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남녀 동반 우승·2020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을 위해 공동 협력하기로 약속했고, V리그의 타이틀 스폰서는 도쿄올림픽이 열릴 때까지 3년간 총 3억원을 협회에 후원하기로 결정했다.
전임감독제 도입과 대표팀 지원은 오한남 대한민국배구협회장의 의지기도 하다. 협회는 전임 집행부 시절이던 지난해 국제 대회에서 대표팀 지원 부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서병문 전 회장 탄핵 뒤 선거를 통해 지난해 6월 당선된 '배구인 출신' 오한남 회장은 후보 시절에 "과거 협회 차원에서 대표팀 지원이 열악하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내가 배구계에 기부하고 공헌하고 싶은 부분이다. 협회에서 대표팀 감독과 코칭스태프에 지원해 주는 것이 별로 없다. 연봉이든 다른 어떤 지원이든 대표팀에 에너지원이 되고 싶다"며 "대표팀 선수단의 경기력 향상에 초점을 두고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표팀 지원을 위해 2억원을 출연하기도 했다. 역사적인 첫 전임감독제를 앞두고 최천식 위원장은 "공정성에 무게를 두고 신중하게 전임감독을 뽑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