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쇼트트랙이 남자팀 부활을 앞세워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금메달 싹쓸이에 도전한다.
한국은 10일 남녀 쇼트트랙을 통틀어 첫 금메달이 걸린 남자 1500m에서 임효준의 금메달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여자 쇼트트랙과 함께 세계를 호령했던 남자팀은 지난 대회인 2014 소치올림픽 4개 종목에 걸린 12개의 메달 가운데 단 1개도 따내지 못했다. 남자팀은 '소치 쇼크'란 오명을 썼고, 스포트라이트는 최민정-심석희가 이끄는 여자 대표팀에 집중됐다. 외신 역시 대회 개막 직전 분석에서 여자팀의 활약에 초점을 맞췄다. AP통신에 따르면 여자팀 쌍두마차 최민정-심석희가 이끄는 한국은 남녀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7개를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민정(500·1000m)과 심석희(1500m)가 3000m 계주를 포함해 여자부에 걸린 메달 4개를 나눠 가질 것으로 예상했다. 남자에선 황대헌이 1000·1500m 정상에 오른 뒤 남자 5000m 계주까지 우승할 것으로 점쳤다.
그러나 남자 쇼트트랙이 기나긴 부진에서 벗어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임효준-황대헌-서이라를 앞세운 남자팀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넘어 남은 3종목(500·1000·5000m계주)에서도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는 각오다. 올림픽 전 종목 석권은 한국 쇼트트랙이 달성한 적 없는 꿈의 기록. 지금껏 최다 금메달 기록은 2006 토리노 대회에서 따낸 금메달 6개다.
최대 고비는 남녀 500m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쇼트트랙은 전통적으로 코스 전략과 지구력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그런데 단거리 종목인 500m는 순식간에 힘과 스피드를 폭발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은 한국 선수들의 경우 서양 선수들보다 근력이 달려 적합하지 않은 종목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세계 최강인 여자 쇼트트랙은 올림픽 500m에서 단 한 번도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태극낭자들은 지금껏 500m에서 수확한 메달은 1994년 나가노 대회(전이경)와 2014년 소치 대회(박승희)서 딴 동메달이 전부다. 남자부도 애를 먹고 있긴 마찬가지다. 남자는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채지훈)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5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국제빙상연맹(ISU) 세계랭킹 1위 최민정이 500m에서도 세계 정상급 실력을 가졌다는 평가다. 빠른 스타트와 강한 몸싸움,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운 그는 10일 벌어진 여자 500m 예선에서 8조 1위로 준준결승에서 진출했다. 42초870을 기록하며 올림픽 신기록까지 작성했다. 최민정은 이미 여자부 '올킬' 경험이 있다. 그는 올 시즌 월드컵 1차 대회(헝가리)에서 여자 종목에 걸린 금메달 4개(500·1000·1500·3000m계주)를 모두 따냈다. 결선은 13일 열린다. 임효준-황대헌-서이라가 출전하는 남자팀의 최대 경쟁자는 네덜란드 쇼트트랙 간판 싱키 크네흐트(29)로 꼽힌다. 1500m에서 임효준에 밀려 은메달에 그친 크네흐트는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오늘은 임효준이 운이 더 좋았을뿐"이라며 "다음 경기는 내가 우승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한국 선수들은 물론 자신의 경기력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흥분하며 다혈절적인 반응을 보였다. 크네흐트는 묻지 않았는데 "2등이라서 후회하냐고 생각하나.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며 자리를 떴다.
크네흐트가 민감한 반응을 보인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큰 대회에서 한국 출신 선수에게 번번이 우승을 빼앗긴 이력이 있다. 2014 소치올림픽과 세계선수권 1000m에선 빅토르 안(안현수·러시아)에게 연달아 밀려 1000m 은메달에 머물렀고, 2013 데브레첸 월드컵 1000m에선 신다운에 밀려 2위에 그쳤다. 올 시즌 월드컵 1차 대회에서도 임효준에 밀려 2위를 했는데, 이날 같은 선수에게 또 같은 일을 또 당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크네흐트는 은메달을 딴 뒤 임효준에게 욕설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시상식에서 가운뎃 손가락 모양을 했다는 것이다. 크네흐트는 선물로 받은 수호랑 인형을 옆구리에 걸치고 금메달리스트 임효준의 우측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자세를 취했는데, 이때 그의 가운뎃 손가락이 펼쳐졌다. 향하는 대상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우연히 나온 자세라고 보는 이들도 있지만, 일부는 의도된 '욕설'이 아니냐는 의혹을 보이고 있다.
크네흐트는 '전례'가 있다. 그는 2014 유럽선수권에서 빅토르 안에게 손가락 욕설을 한 적이 있다. 그는 5000m 계주에서 빅토르 안에게 밀려 우승을 놓치자 빅토르 안을 향해 양손 가운뎃손가락을 뻗으며 분풀이를 했다. 같은 대회 500m 결승에선 안현수에 패배한 뒤 주먹을 뻗는 부적절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당시 실격 처분을 받았다. 남자부는 오는 20일 예선을 거쳐 22일 결선에서 금메달을 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