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환 감독이 이끄는 제주는 14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세레소 오사카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1차전 홈경기에서 졸전 끝에 0-1로 졌다. 세레소는 윤정환 전 울산 현대 감독이 지휘하는 팀이다. 승점을 쌓는 데 실패한 제주는 조 최하위에 그쳤다.
공수 양면에서 엉성한 경기였다. 제주는 안방에서 경기를 치르고도 점유율에서 44-56%로 밀렸다. 강한 압박으로 중원에서 상대를 막았다고는 하나, 볼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했다. 제주는 세레소(13회)의 약 두 배인 25회나 인터셉트를 허용하며 자멸했다. 지난 시즌 리그 '깜짝 준우승'의 원동력이었던 빠른 역습도 없었다. 제주는 상대 수비진이 긴장할만한 공격 상황을 단 한 차례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수비도 허술하긴 마찬가지였다. 제주는 후반 48분 상대 미즈누마 고타에게 결승골을 내줬는데, 이 상황은 위기가 아니었다. 이창근이 느리게 구르는 볼을 실수로 흘렸고, 집중력을 잃은 수비진은 볼을 향해 끝까지 뛴 고타를 놓쳤다. 이날 세레소 역시 뛰어난 경기력을 보이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실망스런 결과다.
올 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안승희 단장은 긴축 정책을 펼쳤다. 지난 시즌 팀을 이끈 에이스 윤빛가람을 비롯해 '2016년 신인왕' 안현범, '베테랑 수문장' 김호준, '특급 조커' 멘디 등이 차례로 팀을 떠났다. 주전 수비수 '왼발의 달인' 정운도 올 상반기 군입대할 전망이다. 지난 시즌 도중 특급 골잡이 마르셀로와 황일수까지 떠나보낸 것을 감안하면 기존 베스트11 중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7~8명이 팀을 떠난 것이다.
그러나 제주는 공백을 메우는 대신 '지키기'를 택했다. 검증되지 않은 외국인 선수만 채워넣는 데 그쳤다. 제주 구단은 "경험이 쌓인 젊은 선수들이 떠난 이들의 자리를 메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새로운 시즌을 점쳐볼 수 있는 첫 공식경기 세레소전은 제주의 현주소가 그대로 드러난 경기였던 셈이다. 김호준 대신 골문을 지킨 이창근은 결정적 실수를 범했다. 중원에서 전방에 볼을 찔러줄 '제2의 윤빛가람'은 없었고, 찬스를 골로 연결할 공격수도 없었다.
제주가 '헛발질'하는 동안 탄탄하게 봄을 준비한 K리그 '빅3'는 나란히 기분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대어를 차례로 영입한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은 1승씩 챙겼고, 울산 현대는 지옥의 호주 원정에서 난타전 끝에 귀중한 승점 1을 건졌다.
안 단장은 제주에 부임하며 "제주 유나이티드가 제주를 대표하는 또 다른 상징이 될 수 있도록 유관기관, 팬들과 더 호흡과 출신과 경험을 살려 반드시 도민의 마음을 사로잡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의 생각은 달랐다. K리그에 정통한 관계자는 "지난 시즌 제주가 도민들의 사랑을 받은 것은 마케팅과 이벤트의 힘이 아니다. 제주가 멋진 경기를 하고 많이 이겼기 때문"이라며 "투자 없이 성적이 날 수 없고, 성적을 내지 않고 팬들의 사랑을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