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하거나 혹은 식상하거나.' 설 연휴 파일럿은 실속을 추구했다. 국민적 관심사인 평창겨울 올림픽이 맞물리면서 파일럿 예능은 단 여섯개에 불과했다.
파일럿 프로그램은 정규 편성의 시험대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신선한 기획으로 정규 편성의 청신호를 켠 프로그램도 있는가하면, 어디서 본 듯한 포맷으로 '베끼기'의 선에서 아슬아슬 줄을 타며 '아류'로 떠오르는 프로그램이 있다.
어디서도 본적 없는 예능
MBC '문제는 없다' 방영일 : 18일 오전 9시 5분 시청률 : 미정 기자 평점 : ●●●○○ 스타와 스타 가족이 게임룸에 들어가 '방탈출'을 하는 가족 게임쇼다. 일요일 아침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두뇌 회전을 할 수 있는 건전한 프로그램이었다. 어른들이 개입하기보단 아이들의 활약이 돋보인 것도 눈여겨 볼 점. 아이들의 기발한 생각들로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게 '문제는 없다'의 꿀잼 포인트. 아쉬운 점은 대결 구도. 아이들에게 패배감을 맛보게 하기도 했다.
tvN '비밀의 정원' 방영일 : 16일 오후 11시 10분·24일 오후 12시 시청률 : 0.6%(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기자 평점 : ●●●○○ 어느 순간 현대인들의 '감기'로 자리잡은 '마음의 병'을 소재로 삼았다. 연예인들을 통해 정신 건강과 심리 안정의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정보 전달했다. 범죄 심리전문가 이수정 교수와 양재웅 정신과 의사들의 심리적 진단은 꽤나 신선했다. 게스트로 연예인에 한정두지 않는다면 볼거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점은 시청률이다. 늦은 시간 편성돼 시청률을 놓친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아류가 또 나타났다
SBS '로맨스 패키지' 방영일 : 16일 오후 8시 35분·17일 오후 11시 10분 시청률 : 5.1% 기자 평점 : ●●○○○ '짝'과 다를 게 없었다. 장소가 호텔이라는 것 뿐. 남녀 다섯 명이 호텔에서 2박 3일간의 '로맨스'를 찾는다. 각각 이름 대신 101호부터 110호까지 호수로 불렸다. 서로를 지목해 데이트를 하는 포맷도 '짝'과 다를 바 없었다. '짝'과 똑같은 콘셉트로 피로감이 쌓일 즈음 스펙을 보고 남녀의 심리가 바뀌는 부분에서 씁쓸함마저 느껴졌다. '결국 남자는 재력, 여자는 외모'라는 가치관을 그대로 심은 프로그램이었다. MC를 둬 변화를 줬다지만, 그저 관찰자에 불과했다. 특별한 역할이 없었다는 점도 혹평의 이유였다. tvN '자리있나요' 방영일 : 16일 오후 9시 50분·18일 오후 6시 20분 시청률 : 2.0% 기자 평점 : ●●○○○ '한끼줍쇼'의 휴게소 버전. 'All 리얼'이라는 점은 '친철한 기사단'과 다르지 않았다. 일반인과 소통하는 모습은 '윤식당' '효리네 민박'이 떠올랐다. 일반인들의 일상으로 연예인들이 들어간다는 부분이 결국 '아류'였다. 이 뿐만아니라 MC들은 벌칙을 받지 않기 위해 '자리를 내어 줄' 시민 섭외에 안간힘을 썼고, 시민이 고민을 할 때 옆에서 지켜보는 등의 예의에서 벗어난 행동들을 했다. 스스로 털어놓기 어려워하는 부분도 꼬치꼬치 캐물으며 억지 감동을 이끌어 내는 모습은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구관이 명관
MBC '아이돌 육상선수권 대회' 방영일 : 15·16일 오후 5시 10분 시청률 : 5.7% 기자 평점 : ●◐○○○ 명절 대표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아이돌의 부상 문제·포맷의 식상함 등으로 매번 폐지를 논하고 있지만, 꾸준히 방송이 되고 있다. 게다가 시청률도 높다. '욕하면서 보는 프로그램'이라는 말이 딱 맞다. 그럼에도 수혜자는 있다. 에이프릴 레이첼이 리듬체조 신성으로 떠오르며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