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업계의 스타 마케팅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대형 제약사들이 주로 해 왔으나 최근에는 연 매출 2000억원 수준의 중소형 제약사들도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TV 광고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다. 시민사회 단체와 소비자들은 제약사의 스타 마케팅 경쟁이 약값 인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제약계 '빅스타' 모시기 경쟁 치열
"아프지 마세요. 그날엔으로, 후~."
최근 방송사들의 프라임 타임인 오후 9시 무렵, 한 TV 채널에서 방영된 경동제약의 진통제 '그날엔'의 광고 멘트다. 이 CF의 모델은 가수 겸 탤런트로 활약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유다.
연 매출 1590억원대(2016년 기준)의 중소 제약사 경동제약은 아이유 특유의 맑고 속삭이는 목소리를 강조한 이 광고로 브랜드는 물론이고 회사 인지도를 한꺼번에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동제약은 지난달에 모델 계약이 끝난 아이유와 재계약해 이달 1일부터 대대적인 TV·지면·SNS 광고를 펼치고 있다. 경동제약 측은 "음악으로 대중의 마음에 따뜻한 위로를 주는 아이유는 브랜드 이미지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라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예고했다.
비슷한 사례는 더 있다. 연 매출 1900억원 규모의 한국다케다제약도 최근 스타 마케팅을 활발히 하고 있다.
정상급 배우 차승원이 나선 고함량 활성비타민 '액티넘 이엑스 골드' 광고가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인지도가 낮았던 이 제품은 차승원 효과를 타고 출시 3년 만에 10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리는 등 국내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한국다케다제약은 최근 대세로 불리는 박나래와 김생민에게 각각 구내염 치료제 '알보칠'과 종합감기약 '화이투벤'의 모델을 맡겼다.
짜 먹는 감기약 '콜대원'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대원제약은 '국민 며느리'로 떠오른 탤런트 이유리를 전속 모델로 발탁, 대대적인 TV 광고를 펼치고 있다. 이유리가 코믹한 모습으로 재채기하는 내용인 이 CF는 파우치 액상 제형의 콜대원의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대원제약은 2016년 경동제약 및 한국다케다제약과 비슷한 수준인 2500억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한 중견 업체다.
이들 제약사가 기용한 모델은 업계에서 수억원에서 최대 10억원 이상의 몸값을 자랑하는 톱 레벨이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규모가 크지 않은 제약사의 경우 톱스타 광고로 브랜드를 홍보하는 경향이 있다"며 "낮은 시장점유율을 공격적으로 키워 보겠다는 의지가 있을 때도 광고에 힘을 준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출 톱10 제약사들의 지난해 광고선전비만 따져도 2000억원이 훌쩍 넘을 것이다"며 "빈약한 R&D 투자와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시민사회 단체와 소비자들은 제약사의 무리한 광고가 결국 제품 가격 인상으로 연결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주요 제약사들은 매년 꾸준히 일반의약품의 가격을 올리고 있다. 동아제약 '판피린큐'와 한국존슨앤존슨 '타이레놀 콜드에스'는 지난해 하반기에 제품가를 각각 10%, 14.8% 올렸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동아제약은 연초부터 '비겐'을 단종 뒤 리뉴얼하면서 15%나 가격을 인상했다. 일동제약의 피부 발진 연고 '비판텐' 역시 12~15% 가격이 뛰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일반의약품은 원가 확인이 어려워서 제약사가 '원가 상승으로 제품가를 올렸다'고 하면 확인이 무척 어렵다"며 "건강기능식품 등을 포함해 일반의약품도 광고비 등의 집행이 늘어나면 제품 가격도 함께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제약사들의 모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측은 "광고 선전이 약값 인상 요인 중 하나로 작용될 수는 있으나 주요 원인은 아니다"며 "일반의약품의 가격 인상은 원가 상승과 인건비, 광고 등 모든 요인을 종합했을 때 감당되지 않을 경우 회사 차원에서 결정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