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작품에 해가되는 논란과 구설수는 이유불문 '아웃'이다. 영화에 대한 자존심이자 관객들에 대한 예의다.
오달수가 해명과 사과문을 준비한 시간보다 오달수를 처리하는 시간이 더 빨랐다. 출연 사실이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최일화 역시 내부적으로는 삭제를 결정했다.
영화 '신과 함께(김용화 감독)' 제작진은 1일 올 여름 개봉을 앞두고 있는 '신과 함께' 2편 '신과 함께-인과 연(이하 '신과 함께2)' 속 오달수·최일화 분량 통편집과 재촬영을 최종 확정했다. 28일 오후 오달수가 사과문을 전한지 하루만에 초스피드 결정을 내렸고, 최일화 역시 마찬가지다.
'신과 함께' 제작진은 다른 영화 제작사와 마찬가지로 미투(Me Too) 운동의 스케일이 영화계로 번지는 것에 실시간 추이를 지켜봤고, 상황에 따른 대처를 위해 꾸준히 내부 논의를 진행했다. 결국 영화와 관련된 배우들이 두 명이나 고발 대상자가 되면서 고심 끝에 삭제하는 쪽으로 최종 가닥을 잡았다.
오달수는 '신과 함께' 1편 '신과 함께-죄와 벌'에도 등장했기 때문에 '신과 함께2'에 출연하는 사실이 자연스레 알려졌다. 하지만 최일화는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 공개적으로 캐스팅이 알려졌던 배우는 아니다. 제작진은 영화에 리스크가 될 수 있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실을 숨기지 않았고, 단호한 대처를 보였다.
특히 오달수는 오달수가 사과문을 작성하는 사이 이미 통편집과 재촬영 이야기가 솔솔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빠른 공식입장이 전해질 수 있었던 것도 여러 경우의 수를 염두해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말이 쉬워 재촬영이지 재촬영을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캐스팅부터 현장 세팅, 재촬영으로 인해 다시 연기해야 하는 타 배우의 스케줄 조율 등 하나부터 열 끝까지 체크해야 하는 것.
1편이 1400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 톱2에 오른 만큼 완벽한 상업 영화 '신과 함께'는 결과적으로 상업적인 선택을 포기하지 않았다. 품을 땐 확실히 품고 버릴 땐 확실히 버린다. '신과 함께' 1편 역시 '천만요정' 오달수의 수식어를 증명시켰지만 제동이 걸린 이상 끌어안고 갈 수 없는 폭탄이 됐다.
'신과 함께' 제작진의 이 같은 선택은 사실상 '미투 운동 지지'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단연 '관객'이 있다. '신과 함께2'까지 더 많은 관객을 끌어 모으고 싶다는 욕심보다, 지난 겨울 영화에 대해 조건없는 애정을 보내준 1400만 관객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의미가 더 크다.
미투 운동은 일반적인 사건·사고와는 다르다. 피해자들이 버젓이 등장한 상황에서 관련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이 어떤 이유에서건 공개되면 영화 관계자들도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가하는 것과 다름없다. 아무리 좋은 영화로 탄생했다 할지라도 미투 운동에 반하는 것이라 여겨져 제작진도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신과 함께' 측의 가차없는 대응은 당연하지만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다. 1편으로 2편까지 제작비를 다 벌어놔 여유가 있다고 해도, 배우들의 분량이 적다고 해도, 안 해도 되는 일을 타의에 의해 해야 하는 것이 누구도 반가울리 없다. 그 어려운 선택을 '신과 함께'는 누구보다 앞장서 해냈고, 동시에 영화에 대한 호감도도 높아졌다.
관계자는 "솔직히 멘붕이다. 패닉 상태다. 이미 1000만 맛을 본 제작진이 우는 소리를 내면 영화계에서는 '복에 겨운 걱정'이라는 말을 할 수도 있지만 우리 역시 예상치 못한, 전례없는 상황을 맞닥뜨렸기 때문에 무엇 하나 쉬운 선택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영화를 떠나 이번 사태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정신없지만 빠른 결정도 필요했다"며 "다행히 캐릭터의 분량이 적고, 다행히 개봉까지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려 한다. 1편을 사랑해 주신 만큼 실망시키지 않는 영화를 만들겠다.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고 기다려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