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정현(24)과 롯데 윤성빈(19)은 올해 초부터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자신들의 이름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여러 차례 오르내렸다. 본인들이 거둔 성과 때문은 아니다. 동명이인인 다른 종목의 선수가 세계 무대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정현은 '테니스 신성' 정현과 이름이 같다. 테니스선수 정현은 지난 1월 한국인 선수로는 최초로 호주오픈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윤성빈은 '스켈레톤 황제'와 같은 이름을 쓴다. 스켈레톤선수 윤성빈은 지난달에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아시아 썰매 역사상 첫 금메달을 수확했다. 둘 다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스포츠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제 포털 사이트에 '정현'과 '윤성빈'을 검색하면 각각 테니스선수 정현과 스켈레톤선수 윤성빈의 이름과 사진이 가장 먼저 나온다. '야구선수' 정현과 윤성빈은 나란히 두 번째에 위치했다. 이는 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만한 사건이다.
사실 이들의 이름 역시 야구팬들에게는 낯설지 않다. 정현은 지난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kt의 주전 유격수로 자리를 잡았다. 124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대를 기록했고, 시즌이 끝난 뒤에는 국가대표로 선발돼 2017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kt의 미래를 함께 일궈 갈 주축 선수 중에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올해는 처음으로 '주전 선수'로서 스프링캠프를 준비하고 있다. '이름값'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테니스선수 정현 못지않은 존재감을 알리겠다는 각오다.
윤성빈도 프로 선수로서 본격적인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고향팀 롯데에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사인 전부터 메이저리그 구단이 눈독 들이는 선수로 유명했고, 롯데는 계약금 4억5000만원을 그에게 안기면서 기대감을 표현했다. 키 195cm, 몸무게 95kg의 당당한 체격에 시속 150km대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라서 리그 전체가 그에게 관심을 보였다.
지난 시즌엔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고교 시절 피칭의 후유증으로 어깨가 좋지 않아 1년간 재활에 전념했다. 올해는 시동을 걸었다. 윤성빈은 지난달 26일에 열린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SK와 연습 경기에 처음 등판해 1이닝 동안 삼진 2개를 잡아내며 퍼펙트로 막았다.
이들 외에도 얼굴보다 '이름'이 먼저 유명해진 선수가 한 명 더 있다. kt의 '괴물 신인' 강백호(19)다. '역대급' 투타 겸업 신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그는 전설적인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와 이름이 같다. 아마도 아직은 '강백호' 하면 kt 선수보다 만화 주인공의 이름을 떠올리는 이가 훨씬 많을 터. 강백호는 전세를 역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성공을 거두기만 한다면, 유명한 동명이인의 존재는 결코 핸디캡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