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은 이번 오프시즌 동안 세인트루이스를 떠나 토론토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당대 최고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36)와 결별도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몰리나는 골드글러브를 여덟 차례나 수상한 세인트루이스의 리더자 연봉이 무려 2000만 달러인 안방 자원이다. 오승환은 몰리나와 함께한 경기에서 통산 평균자책점이 2.84, 피안타율과 피출루율도 각각 0.227와 0.278로 낮았다. 그만큼 둘은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오승환이 메이저리그에 안착할 수 있었던 요인 중에 하나가 바로 몰리나였다.
토론토에서도 포수 걱정은 크게 할 필요가 없다. 이번엔 러셀 마틴(35)과 함께한다. 빅리그 13년 차인 마틴은 포수로만 1만2000이닝 이상을 소화한 백전노장이다. LA 다저스 소속이었던 2007년엔 실버슬러거와 골드글러브를 함께 수상했고, 올스타에 통산 네 차례나 선정됐다. 통산 타율이 0.253로 정확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2011년부터 7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 내기도 했다. 2014년 11월 총액 8200만 달러(계약 기간 5년)라는 메가톤급 계약으로 토론토의 유니폼을 입었다.
믿고 기댈 수 있는 포수다. 마틴은 최근 5년 동안 기록한 DRS(Defensive Run Save: 수비로 막아 낸 실점)가 +54로 메이저리그 포수 중에 세 번째로 높다. 몰리나와 차이는 +1에 불과하다. 피츠버그 소속이었던 2013년과 2014년엔 2년 연속 포수 부문 빅리그 전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어깨 부상으로 91경기 출전에 그친 지난 시즌에도 DRS는 +3이었다. 2013년엔 수비율 0.998로 내셔널리그 1위, 2015년엔 도루 저지율 44%로 아메리칸리그 1위에 올랐다. 통산 도루 저지 344회는 몰리나(325회)를 넘어선 현역 1위다.
포수의 프레이밍 수치인 RAA(Runs Above Average)는 지난해 -8.4(몰리나 -0.4)로 평범했다. RAA는 투수가 던진 공을 스트라이크로 유도하는 능력을 보는 기록. 최근 들어 이 수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도 위험 요소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건강만 보장된다면 수준급의 RAA를 기대할 수 있는 자원이다. RAA가 2011년엔 +28.7, 2012년에는 +24.1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지난 시즌에는 스프링캠프부터 어깨와 목 부위가 좋지 않았고, 4월 30일 홈 충돌을 당해 왼어깨 신경 염증으로 경기에 결장한 여파가 시즌 내내 지속됐다. 8월엔 사근 부상까지 겹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마틴은 2016년 2월 MLB 네트워크가 선정한 포수 랭킹에서 버스터 포지(샌프란시스코)에 이은 메이저리그 전체 2위로 평가됐다. 지난해 1월 미국 폭스스포츠가 선정한 메이저리그 포수 랭킹에선 전체 6위로 분류됐다. 아메리칸리그로 범위를 좁히면 조나단 루크로이(전 텍사스) 개리 산체스(뉴욕 양키스) 윌슨 라모스(탬파베이)에 이은 4위.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 잔부상도 겹쳤지만, 정상급 안방마님이라는 것엔 이견이 없다. 토론토에서 새 출발을 준비하는 오승환에겐 원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