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완연하다. 남도에서 서서히 꽃 소식이 들려온다. 올겨울은 정말 추웠다. 지난 주말 낮 기온이 영상 10도를 웃도는, 완연한 봄 같은 날씨에 가까운 곳으로 이른 봄나들이에 나섰다. 행선지는 인천공항 앞바다에 살포시 내려앉은 소무의도라는 작은 섬이었다. 살살 불어오는 바닷바람조차도 따사롭게 뺨을 스쳤다. 계절이 바뀌었음을 실감했다. 소무의도는 서울에서 출발해도 반나절이면 즐길 수 있는 섬이었다.
자그마한 섬, 소무의도
지금껏 소무의도에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다. 어디에 있는지도 정확히 몰랐다. 한국관광공사가 3월 가 볼 만한 곳으로 인천 무의도를 추천했는데, 무의도를 찾다 보니 무의도보다 더 아름다운 섬이 소무의도라는 글을 보고 찾아갔다.
어떤 이는 인천공항철도를 이용해서 가는 것이 편하다고 하지만 서울역~인천공항까지 가서 다시 자기부상열차를 타고 용유역에 내린 뒤에 걸어서 무의도행 배를 탈 수 있는 잠진도선착장까지 가야 한다. 무의도에 들어가기도 전에 힘이 다 빠진다는 의견이 많았다. 시간도 절약하기 위해서 차를 몰고 무의도로 향했다.
인천공항고속도로를 거쳐 잠진도선착장에 도착하니 차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관광버스도 있었고 노선 번호가 없는 마이크로버스(소형 버스)도 보였다. 잠진도에서 본 무의도는 그야말로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배로 5분도 안 걸리는 가까운 거리였다.
'바다 저 멀리 떨어진 섬도 다리로 연결하는 판에 이렇게 가까운 섬에 아직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다니' 푸념하던 중에 하늘을 보니 잠진도와 무의도를 잇는 연도교가 건설되고 있었다. 내년에 완공된다고 한다.
무의도는 옛날 어부들이 짙은 안개를 뚫고 근처를 지나가다 섬을 바라봤는데 마치 섬이 '말을 탄 장군이 옷깃을 휘날리며 달리는 모습' 같기도 하고 '선녀가 춤추는 모습'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무의도 선착장에 내려 곧장 소무의도로 들어갔다. 선착장에서 차로 10분 정도 달려 광명항에 도착했다. 잠진도에서 무의도로 들어가는 배에서 만난 번호도 없는 마을버스의 마지막 정거장이 바로 광명항이었다. 광명항은 소무의도로 들어가는 인도교 옆에 있는 조용한 항구다. 물이 빠지면 항구의 역할을 상실하는 아주 조그마한 포구였다. 2011년 4월, 인도교로 연결되기 전까지 무의도와 소무의도를 분주히 오갔을 여객선도 이제는 사라진 탓에 더더욱 조용했다.
작지만 볼 것 많고 경치 좋은 섬
광명항에 차를 대 놓고 소무의도를 바라보니 자그마하지만 아름다운 섬으로 다가왔다. 갯벌 사이로 깨끗한 섬 하나가 살포시 내려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섬이었다.
소무의도엔 300여 년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박동기씨가 딸 3명을 데리고 들어와 개척한 뒤에 기계유씨 청년을 데릴사위로 삼으면서 섬은 유씨 집성촌이 됐다고 한다. 면적은 1.22㎢며 해안선의 길이는 2.5㎞밖에 되지 않는다. 찬찬히 둘러보면서 섬을 한 바퀴 도는 데 두 시간이면 충분했다.
소무의도를 걷는다는 것은 '무의바다누리길'을 걷는 것과 다름없다. 총 8개 구간이어서 엄청 길 것 같지만 총 길이는 2.5㎞ 정도다. 안산전망대로 오르는 길만 좀 힘들지 경사가 완만하고 바다를 바라보면서 걸을 수 있어 지루하지 않다.
그 시작점은 인도교부터다. 414m의 인도교를 건너가면 옴폭하게 들어간 포구에 마을이 있다. 이름도 정겹다. 섬의 서쪽에 있다고 해서 서쪽마을이다. 이 마을을 건너서 넘어가면 동쪽마을이 있다.
서쪽마을 앞을 따라 2코스인 떼무리선착장으로 향했다. 떼무리. 독특한 이름이다. 1910년께 간행된 지형도에는 췌무리로 적혀 있지만, 조선시대엔 떼무리로 불렸다고 한다. 정확한 의미는 모르지만 '본섬에서 떨어져 나가 생긴 섬' 등 여러 설이 있지만 다들 추측만 할 뿐이다.
떼무리선착장에서 전망 데크까지 이어진 3구간은 걷기 좋은 길이다.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용유도가 한눈에 들어오고, 전망 데크에선 인천대교와 송도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가장 아름다운 길은 5구간이다. 몽여해변길인데 활처럼 휘어진 몽여해수욕장이 있어서다. 아마도 여름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해수욕장일 터인데 이른 봄에는 조용하기만 했다.
몽여해변길을 걷다 보면 눈에 띄는 건물이 하나 있다. '섬 이야기 박물관'이다. 이름처럼 섬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가득 품은 박물관이다. 박물관에서 찾아낸 뜻밖의 이야기 하나. 백범 김구 선생과 관련된 이야기다. 원래 소무의도는 부유했다고 한다. 그래서 일제강점기 때는 독립 자금을 많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구 선생이 1946년 11월께 이 작은 섬을 찾아 무의초등학교 분교 막사에서 시국 강연회를 열었다고 한다. 아마도 독립을 향한 섬 주민들의 열정에 대한 답례가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족들과 함께 거닐며 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고즈넉한 해변인 '명사의 해변길'을 벗어나 안산전망대에 올랐다. 저 멀리 강화도를 비롯해 동쪽으로는 팔미도와 월미도, 남쪽으로는 영흥도와 자월도, 덕적도가 해무 탓에 실루엣만 보였다. 북한산은 아예 보이지 않았다.
여행정보= 서울시청에서 무의도로 들어가는 잠진도선착장까지는 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잠진도에서 무의도로 들어가는 배는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7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항한다. 다만 3월에는 물이 너무 많이 빠져나가 배가 운항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매일 낮 12시를 전후해서 1시간 정도다. 뱃삯은 왕복 어른 3800원, 어린이 2700원이다. 차량의 경우 승용차는 왕복 2만원, 경차는 1만8000원. 드라마 '천국의 계단' '칼잡이 오수정' '꽃보다 남자' 등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한 무의도에는 볼거리가 많다. 영화 '실미도'의 배경이 됐던 실미유원지도 있고, 전국 20대 우수 해수욕장으로 선정된 하나개해수욕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