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은 5%가 부족했다. 2년 만에 시청률 40%를 넘겼고, 50%까지 바라봤지만 반응은 썩 좋지 않다. 50%에서 5%P가 부족한 45%를 넘기고 종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잡음이 흘러나왔다. '대본' 때문에 웃었고 '대본' 때문에 울었다는 평가다.
KBS 2TV '황금빛 내 인생(이하 '황금빛)'이 11일 52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천호진(서태수)는 위암 말기로 죽음을 맞이했고, 박시후(최도경)은 신혜선(서지안)을 기다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열린 결말로 끝났다. 반쪽 해피엔딩이었다.
'황금빛' 마지막회는 45.1%(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지난해 12월 11일, 2015년 '가족끼리 왜 이래' 이후 명맥이 끊긴 40%대 시청률을 돌파한 드라마다. '황금빛'의 인기는 대단했다.
초반부터 휘몰아친 '황금빛'이었다. 소현경 작가는 기존의 주말극 화법을 완전히 무시했다. 속도감 있는 대본은 시청자들을 브라운관으로 끌어모았다. 아이 바꿔치기·신분의 변화·재벌의 싸움·키다리아저씨 남자 주인공 등 그저 그런 단골 소재들을 한 번씩 비틀며 예상 밖 전개를 이어 나갔다.
여기에 배우들의 호연이 겹치며 시청률은 승승장구했다. 박시후는 4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해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다. 신혜선은 생애 첫 주말 드라마 주연을 맡아 '연기력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이끌었다. 또한 천호진은 아버지 서태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며 '2017 KBS 연기대상' 대상을 받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이처럼 '황금빛'은 여러 호조건을 통해 승승장구할 것으로 예상됐다. 여러 방송계 관계자들은 소현경 작가의 자체 최고 신기록인 KBS 2TV '내 딸 서영이'(47.6%)를 거뜬히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11년 만에 MBC '주몽'을 뛰어넘어 50%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도 많았다.
호평은 오래가지 않았다. 초반에 너무 힘을 줬는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맥이 끊기는 내용이 이어졌다. '상상암' 소재가 시작이었다. '막장'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에 박시후는 답답한 캐릭터를 고수했고, 박시후·신혜선의 로맨스는 진전이 없었다. 또한 황금빛이 드리워져야 할 신혜선의 인생은 여전히 안개빛이 드리워져 있었다. 게다가 '상상암'이라던 천호진은 최근 '위암 말기' 확진을 받는 모습이 그려지며 다시 한 번 시청자들을 경악케 했다. '상상암'이 지나가자 '위암 말기'라는 무리수를 둔 것이다. 작가가 길을 잃으면서 극 자체가 산으로 갔다. '황금빛 내 인생'이 아닌 '구릿빛 내 인생'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등장했다.
이와 관련해 한 방송계 관계자는 "극 초반 대본은 정말 빠르게 읽혔다. 소현경 작가의 필력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조심스럽게 50%도 예측했던 건 이 때문이었다"며 "후반부에 긴장감이 떨어졌다. 극 초반의 빠른 전개가 오히려 독이 돼 돌아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