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가 찝찝했던 2연패를 털고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올 시즌 6경기 12실점으로 걱정을 샀던 수비진은 4경기 연속 실점을 기록하며 '무실점 도전'에 실패했다. 상대인 FC서울은 또 시즌 첫 승을 놓쳤다. 그래서 이번 '전설 매치'는 '아쉬움 매치'였다.
전북은 1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1부리그) 2018 3라운드 서울과 경기서 2-1로 승리했다. 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톈진 취안젠 원정에서 연달아 패했던 전북은 이날 승리로 기분 좋게 연패를 끊고 다시 리그 2연패를 위한 발걸음에 박차를 가했다. 반면 서울은 1무2패(승점1)가 되며 또다시 시즌 첫 승 도전에 실패했다.
◇사전 인터뷰 최강희 전북 감독="연패를 끊어야하고, 홈 경기인 만큼 잘해야하는 경기다. 김신욱 원톱으로 나섰는데, 사실 아드리아노를 쓰고 싶었지만 시작은 이렇게 가기로 했다. 고민도 있었지만 변화를 줄 생각이다. 수비? 자존심이 있으면 무실점을 하겠지. 지금까지 한 실점의 반 이상은 다 우리 실수로 나왔다. 월드컵 가시는 분들에게 힘을 실어줘야지(웃음)"
황선홍 서울 감독="부상자도 있고 고민이 많았다. 전북이 2연패로 안좋다곤 해도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절실함은 우리가 좀 더 앞설 것이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유기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박희성은 조금 부족한 면이 있어도 워낙 열심히 하는 선수고 성실한 만큼 잘해줄 것이라 믿는다. 곽태휘도 오랜만에 경기에 나서는데 오늘이 투입 적기가 아닌가 싶다. 전북을 상대로 매 순간 압박하긴 어렵겠지만 맞부딪히는 순간도 나올 것이다. 기본적으로 숨지 않을 생각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반=잘 두들기고 잘 버틴 '전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 선발 명단을 받아든 취재진은 박희성의 이름에 눈을 비볐다. 박희성 카드는 박주영과 에반드로의 부상이라는 악재 속에 불가피하게 명단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던 황선홍 서울 감독의 결단이었다.
그리고 박희성은 황 감독의 말처럼 열심히, 또 성실하게 뛰어줬다. 공격적인 부분에선 아쉬움이 있었지만 공중볼 경합 등 몸싸움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전체적인 서울의 경기력도 좋았다. 전반 45분 동안 '닥공' 전북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0의 균형을 지켰다. 슈팅 수는 45분 동안 신진호가 기록한 유효슈팅 1개에 불과했지만, 부상 선수가 즐비한 가운데 전북의 공격을 잘 틀어막은 건 충분히 긍정적이었다.
전북 입장에선 괜찮은 기회를 잡고도 골로 연결시키지 못한 게 아쉬웠다. 로페즈와 김신욱이 몇 차례 서울의 골문을 위협했지만 선제골은 나오지 않았다. 직접적인 돌파보다 크로스를 이용한 공격이 많다보니 중원의 위력이 살아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후반=전북이 얻은 것 2득점, 전북이 놓친 것 무실점 그러나 역시 전북의 화력은 90분이 끝나기 전까지 쉽게 재단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기회만 있으면 누구라도 터질 수 있는 '닥공'의 결과물은 후반 시작 후 불과 5분 만에 터졌다. 코너킥 상황에서 이재성이 올려준 코너킥을 김민재가 머리로 밀어넣어 득점을 기록했다. 김민재의 올 시즌 리그 첫 골이었다.
1-0으로 리드를 잡은 전북은 후반 13분 장윤호를 빼고 아드리아노를 투입, 공격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선제골 이후로 두 팀 모두 이렇다 할 장면은 많지 않았고, 득점 없이 시간만 계속 흘렀다. 아드리아노가 후반 27분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만들었지만 먼저 뛰쳐나온 양한빈이 간발의 차로 먼저 공을 쳐내 추가골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한 번 달아오른 전북의 득점포는 그대로 식지 않았다. 후반 29분, 교체로 투입된 아드리아노의 발끝에서 추가골이 터졌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공을 잡은 아드리아노는 득점 기회를 놓친 분풀이를 하듯 오른발로 공을 밀어넣어 2-0을 만들었다. 친정팀 서울을 상대로 터뜨린 골이라 세리머니는 최대한 자제했지만, 교체로 투입돼 자신의 진가를 보여준 아드리아노 입장에선 행복한 골이 아닐 수 없었다.
두 골을 터뜨린 이후로도 전북의 공세는 계속됐다. 2-0으로 앞선 상황에서도 최 감독은 후반 40분 티아고를 투입하며 공격의 고삐를 조였다. 양한빈의 잇딴 선방이 아니었다면 세 번째 골이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았을 상황이었다. 그래도 서울은 더이상 실점을 주지 않고 버텨냈고, 오히려 후반 추가시간 김성준의 프리킥골로 한 골을 만회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결과는 바뀌지 않았으나, 서울 입장에선 전북의 무실점 도전을 또다시 무너뜨린 것으로 자존심을 만회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