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기운이 혼재해야 시너지가 발휘되지 않을까. 반전을 겨냥하고 있는 현대건설 주축 선수들이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자세는 미묘하게 차이가 있었다.
현대건설이 벼랑 끝에 벗어났다. 19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17-2018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3전 2승제) IBK기업은행(이하 기업은행)과의 2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1(18-25, 25-20, 25-23, 28-26 )로 승리했다.
17일 열린 1차전에서 0-3으로 완패를 당했다. 전력과 분위기 모두 열세였다. 1세트도 허무하게 무너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경기 집중력이 급격하게 올라왔고, 몸을 날리는 수비로 상대 공격수들을 긴장시켰다.
현대건설은 정규시즌 마지막 6경기에서 전패를 당했다. '봄배구' 첫 경기도 패했다. 선수단의 분위기가 좋을 리 없었다. 하지만 이날 코트와 벤치에서 풍기는 기운은 결코 어둡지 않았다. 이도희 감독부터 "시즌 마지막 경기일 수 있기 때문에 '즐기는 자세로 경기를 하자'고 주문했다"고 했다.
'대들보' 양효진(19득점)은 감독의 주문을 잘 따랐다. 1차전에서 9득점에 그치며 봉쇄 당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상대가 잘했다기 보단 내가 못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생각을 줄이고, 그저 순간에 집중하려는 생각을 했다. "언니들이 너무 수비 집중력이 좋아 놀랐다"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반면 '언니'들은 절실했다. 황연주(16득점)는 "정말 죽기 살기로 했다"고 했다. 그동안 외인 선수 소냐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 탓에 부 세터와 손발이 맞지 않고, 자기 페이스를 찾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스타팅 멤버로 나서다 보니 기존 선수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도 컸다. 연패 기간 동안 책임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한유미(10득점)에게도 특별한 경기였다 "최근 경기 출장이 많지 않아 감각이 떨어진 게 사실이지만 그런 핑계를 대고 싶지 않아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외인 선수가 없이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상황을 언급하며 "그래도 팀원들이 잘 해줄 것이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체력 회복에 매진에 3차전에서도 제 몫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시리즈는 원점이 됐다. 전력은 여전히 열세. 하지만 이날 보여준 경기 집중력은 반전의 묘미를 기대하게 했다. 선, 후배 라인이 다른 기운, 같은 목표로 뛰고 있다. 현대건설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