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첫 방송된 tvN '나의 아저씨'는 90분 특별 편성을 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첫회 만으로 판단하긴 어렵겠지만, 이지은(지안)이 이선균(동훈)에게 잘못 배달된 뇌물 5000만원을 훔치면서 뜻밖의 스릴러를 연출했다. 여기에 중간중간 섞인 블랙 코미디는 소소한 웃음을 자아냈다.
90분 편성이라는 자신감에 일각에서는 콧방귀를 뀌었지만, 1시간 드라마였다면 짠내 나는 삼형제의 캐릭터 설명과 이지은이 뒤통수를 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기엔 턱없이 부족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90분 편성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예상치 못한 내용 전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들었다. 이지은이 이선균의 5000만 원을 훔칠 거라고 생각한 시청자들은 많지 않았다. 방송 후에도 '지안이가 도와주는 건줄알았는데 뒤통수였다' '이선균에게 밥 먹자고 한게 돈 빼가려는 거였네'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아저씨'에겐 넘어야할 산들이 많다. 전반적으로 우울한 톤은 보는 이로 하여금 힘이 빠지게 만들었다. 누구 하나 밝은 캐릭터가 없었다. 지극히 현실적이다. 불편하게 느껴지는 상황들이 이어졌다.
또한 삼형제의 매력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 면도 있다. 딸의 결혼식 축의금을 훔치는 형 박소한(상훈)과 니나노 인생을 사는 송새벽(기훈)은 민폐 아저씨에 불과했다. 또 이들은 아저씨 마을을 만들고 싶어했다. 왜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마지막으로 풀어야할 숙제는 로맨스다. 일단 이선균의 아내 이지아(강윤희)는 바람을 피고 있다. 마치 이선균과 이지은의 로맨스를 합당화 시키려는 장치로 보이기도 했다. 제작진은 "캐릭터를 통해 따뜻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도록 섭외에 심혈을 기울였다"며 '로맨스' 보다 '인간애'를 강조했다. 첫회에선 로맨스의 영역이 보이진 않았다. 앞으로도 이를 잘 지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