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스데이로 꽉찬 8년을 채운 시점에서 유라가 한 단계 성장했다. KBS 2TV '라디오 로맨스' 진태리를 만나면서다.
유라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늘 밝고 명랑한 역만 하다가 '악역'에 처음 도전했다. 새로운 역을 고민하고 표현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 무리 없이 진태리를 소화했고, 밉지 않은 악역을 표현했다며 호평도 받았다.
유라는 최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일간스포츠와 '라디로 로맨스'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유라는 활기 넘치는 에너지를 뿜었다. 연기 얘기를 할 때 유독 눈이 초롱초롱해졌고 집중력을 보였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갈망이 느껴졌다.
앞으로 액션을 찍고 싶다는 유라. 몸 쓰는 것만큼은 자신있다고 선언했다. 유라의 변신이 기대된다.
- '라디오 로맨스' 초반에 스태프가 교체되는 등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불안하진 않았나. "그것보다 드라마 첫 시작이라서 으샤으샤 하자는 마음이 컸다. 그리고 정말 추웠다. 다른 배우들은 야외에서 물에도 빠지면서 찍었는데, 나는 스튜디오 촬영이 많아서 미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분위기에서 열심히 촬영했고, 아무도 아프지 않고 마무리 돼서 다행이다. 좋은 추억이고 경험이었다. 좋은 동료를 얻은 작품이다."
- 징조가 좋지 않았을 텐데. "희안하게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 난 첫 촬영 2주 뒤에 합류했다. 그래서 그랬나. 배우들 성격이 좋아서 하하호호하면서 찍었다. B팀을 많이 찍었는데 A팀에 합류하고 싶었다.(웃음)"
- 시청률이 살짝 아쉽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요즘엔 사람들이 TV를 안 보고 스마트폰으로 다시보기나 짤로 보지 않나. 이런 것 다 합하면 10%를 넘을 거다. 요즘엔 정보화 시대다. TV만 보는 옛날이었다면 8%?"
- 악녀였지만 미워할 수 없었다. "갑질 캐릭터가 아니다. 후배한테도 인사를 건네는 캐릭터다. 그런데 후배가 그 인사를 안 받아줬고 무시하고 지나가니까 열 받은 거다. 갑질이 아니라 혼내줬다. 그 장면을 가장 열심히 준비했다. 무섭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 실제로 후배가 인사를 안 한 적이 있나. "한 번 있었다. 3년 전 '아이돌 육상 대회'에 나갔을 때다. 여자 화장실에서 일대 일로 눈이 마주쳐서 인사를 했는데 그냥 쳐다보고 가더라. 정말 그자리에서 '뭐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참 멈춰 서 있었다. 기분이 진짜 나빴다. 그 사람한테 그 후로 인사 안 했다. 그 사람 빼고 다른 멤버들에겐 인사했다."
- 유라가 연기한 진태리는 어떤 사람이었나. "엄청 여리고 남들에게 짠한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어설픈 캐릭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사들이 셌다. 그 와중에 나는 태리를 감싸면서 '속 여린 친구'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
- 소리를 엄청 지르더라. "편하게 할 수 있는 대사가 없었다. 정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것 같다. 목도 많이 쉬었다. 생각보다 에너지 소모가 대단하더라."
- 악플러와 대결하면서 대리만족을 느꼈나. "어떻게 보면 대리만족일 수도 있는데, 정말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하는 것 같아서 찝찝했다. 가능하지 않는 일이다. 태리가 계속 욕을 먹어서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악플러와 싸우고 나갔는데 매니저한테도 혼났다. 혼자 차에서 우는 모습이 너무 짠했다. 태리의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한 신이라 애정이 간다."
- 연예인이라 몰입이 잘 됐을 것 같다. "라디오도 자주 오는 곳이라 현실 같았다."
- 댓글들을 챙겨보는 편인가. "공감순으로만 본다. 악플은 넘기는 스타일이다. 신인 때는 하나하나 다 봤는데 이제는 정말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떤 물건을 봐도 '좋다' '아니다'라는 평가를 하지 않나. 연예인은 대중의 마음의 사는 직업이다. 누구는 좋아할 수 있지만 싫을 수도 있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어떤 드라마를 보고 재밌으면 재밌다고 한다. 내 감정을 표현하는데 당연하지 않나."
- 악플이 수위를 넘을 때가 있다. "냉정한 평가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악의적으로 다는 건 신고감이다. 내 기사마다 욕하는 사람이 있다. 어떻게 보면 가장 팬같다. 팬 보다 빨리 댓글을 단다. 그런 분들은 누구보다 팬같다. 그래도 상처를 받진 않는다."
- 섭섭한 댓글이 있다면. "그런 건 없었다. 좋았던 댓글은 '나쁜 짓 하는 역할이 보기 싫다'는 거였다. 극 중 태리의 감정 몰입을 같이 해줬다는 뜻 같았다. 또 '유라는 화를 잘 못내는 듯'이라는 댓글도 좋았다. 화를 잘 못내는 걸 노린 건데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