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은 지난 16일 오후 별세했다. 향년 92세. 지난 2006년 남편 신상옥 감독을 떠나보낸 지 12년 만에 하늘의 별이 됐다. 92년의 세월은 곧 격동의 근현대사와 함께한 한국영화사였다.
그는 원조 트로이카다. 1950~60년대 김지미, 엄앵란과 한국영화계를 좌지우지했다. 당시 신 감독의 작품 '성춘향'(1961)으로 '춘향전'의 김지미와 세기의 대결을 펼치지도 했다. '충향전' 또한 김지미의 남편 홍성기 감독의 작품. 두 부부의 대결은 '성춘향'이 흥행에 성공하며 최은희와 신상옥의 승리로 끝났다.
최은희는 대한민국 3번째 여성 영화감독이다. 1965년 영화 '민며느리'로 처음 메가폰을 잡았다. 이후 '공주님의 짝사랑'(1967), '총각선생'(1972)을 연출했다.
고인은 처음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한 한국인이다. 신 감독과 북한에서 만든 영화 '소금'으로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납북 후 북한에서 영화를 만들던 시절은 고인이 뜨거운 영화열정을 빛내던 시절이자 북한이라는 어둠에 갇혔던 시절이다.
대종상의 전신인 국산영화제의 첫 여우주연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지난 1958년작 '어느 여대생의 고백'으로 제1회 국산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안았다.
최은희는 최고의 영화인이었다. 1943년 극단 '아랑'에서 활동하며 연기를 시작한 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항상 영화와 연기 곁에 있었다. 신 감독과 130여편의 영화를 만들었고, 전쟁과 납북 등의 고난을 겪으면서도 작품 활동을 쉬지 않았다. 1999년 한국 귀국 후 안양신필름예술센터 학장, 동아방송대 석좌교수, 성결대 연극영화학부 명예교수직을 맡으며 후배 양성에도 힘썼다. 지난 2003년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 신상옥 감독을 대신해 공로상을 수상한 최은희는 "육신이 다할 때까지 뛰겠다"고 말했다. 그의 92년 인생사를 잘 표현해준 소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