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60) NC 감독은 창단 최다 연패 기로에서도 눈앞에 승리를 좇지 않았다. 선수단이 스스로 강해지도록 유도했다.
NC는 지난 5일 마산 삼성전부터 15일 문학 SK전까지 내리 9패를 당했다. 2013년, 1군 진입 첫 해 기록한 종전 최다 연패와 타이를 이뤘다. 17일 고척 넥센전에서 패하면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기는 상황. 강팀 반열에 올라선 뒤엔 처음 겪는 침체기였다.
신승을 거뒀다. 2-2 동점이던 연장 11회초 간판 타자 나성범이 오주원으로투서 솔로 홈런을 쳤고, 9회 주자 없는 1사에 마운드에 오른 이민호가 2⅔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내며 1점 차 승리를 거뒀다.
이튿날 고척 경기를 앞두고 만난 김경문 감독도 어려운 승부를 "9회 만루 기회를 놓쳤다. 사실상 어렵다고 봤다. 그런 상황에서 이민호가 좋은 투구를 했고, 타선도 승리를 지원했다. 감독으로 통산 승수가 800승 정도일텐데 잊지 못할 1승이다"며 안도한 표정으로 말했다.
의아한 지점이 있었다. 타선이 침체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선수 활용폭을 넓힐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9회초 안타를 치고 출루한 재비어 스크럭스 대신 대주자 이상호를 투입한 것 외엔 다른 교체가 없었다. 대타가 없었다는 의미다.
"대타를 낼 타이밍은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참았다. 팀의 주축인 선수들이 난국을 스스로 풀어야 한다고 봤다. 김 감독은 "고비도 넘겨봐야 진짜 경험으로 만들 수 있다. 주전 선수들의 힘으로 돌파해야 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이닝 중간에 주자를 두고 투수를 교체하는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가급적 선발투수가 자신이 내보낸 주자를 책임지길 바란다. 선발과 불펜투수 모두에게 악영향이라고 본다. 대타 없이 치른 넥센전도 비슷한 맥락이다. 요행으로 취한 승리로 진정한 반등을 이룰 수 없다고 봤다. 책임감의 시너지를 믿었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선 나성범이 해결사로 나섰고, 부진하던 스크럭스도 안타를 치며 손맛을 봤다. 타선이 터진 건 아니지만 몇몇 타자들이 좋은 타구를 생산하기도 했다. 좋은 기운이 동료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제 20경기를 치렀다. 첫 10경기에서 8승(2패)을 거둔 덕분에 9연패에도 5할 승률에서 멀어지지 않았다. 김 감독은 이전에도 "일단 5할 승률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각 포지션이 조화를 이루는 시점에 연승까지 바라본다"고 했다.
연패 기간동안 결코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진정한 성장을 노렸다. NC는 18일 넥센전에서도 1-0 신승을 거두며 간만에 연승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