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문보다 치열한 심사 과정을 통과한 조연상 후보 10명이다. 후보군은 너무 많아도 적어도 고민이 늘 뒤따른다. 후보 선정이 이렇게까지 힘들 줄은 심사위원들도 몰랐다는 반응이다. 누가 받아도 이견이 있을 수 없는 쟁쟁한 명단이 완성됐다. 특히 지난 1년간 개봉한 한국 영화들은 주연과 조연의 경계가 애매한 작품이 상당했던 만큼, 후보군 한 명 한 명을 배급사와 제작사의 확인을 거쳐 선정해야 했던 부문이기도 하다. 예측은 불가하다. 제54회 백상예술대상은 5월 3일 오후 9시30분 서울 코엑스 D홀에서 개최된다. JTBC PLUS 일간스포츠가 주최하고 JTBC와 JTBC2·JTBC4에서 생방송된다.
김동욱(신과함께- 죄와 벌)
1400만 관객을 오열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신과함께- 죄와 벌'의 최대 수혜자자 역대급 흥행 주역을 꼽으라면 단연 김동욱이다. 스스로 밝히길 '작품 없던 백수 시절' 김용화 감독의 전화 한 통은 김동욱에게 배우 인생 제2 막을 열어 준 기회의 열쇠였다. 진정한 히든카드자 비밀 병기로 제 몫 그 이상을 톡톡히 해낸 김동욱은 배우로서 받을 수 있는 모든 호평을 받았고, 올해 백상예술대상 조연상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시상식 당일 또 한 번 감동을 선물 받을 수 있을지, 김동욱의 꽃길은 이미 시작됐다.
김희원(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김희원 하면 떠오르는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떼어질 듯 떼어지지 않았던 '아저씨'의 방탄유리와 악역 전문 배우라는 꼬리표는 '불한당'을 통해 드디어 우선순위가 뒤바뀌게 됐다. '불한당원'이라는 절대적 지지자들을 등에 업고 배우 인생에 잊지 못할 순간과 추억을 쌓았다. 오랜 무명 생활이 힘들어 호주에서 페인트칠하며 버텼던 시간도 보상으로 돌아오게 만든 작품이자 캐릭터다. 단순히 연기 잘하는 배우가 아닌, 매력까지 있는 배우임을 김희원은 '불한당'으로 입증했다.
박희순(1987)
'1987'을 관람한 관객들이라면 박희순의 파마머리와 처절한 울부짖음을 절대 잊지 못할 터. 연기력을 감히 평가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악에 받힌 캐릭터를 악에 받쳐 연기한 박희순은 '1987'에 등장한 수많은 배우들 중 단연 돋보이는 연기력으로 후보 선정부터 박빙이었던 조연상의 한 자리를 자신의 이름으로 채웠다. 1990년 연극 무대에 오른 순간부터 어느덧 데뷔 28년 차가 된 박희순은 그간 수상과는 거리가 다소 먼 배우였다. 그 악연 아닌 악연을 백상예술대상에서 끊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우진(강철비)
'내부자들'로 관객들의 뇌리에 '조우진'이라는 배우에 대한 궁금증을 각인시킨 조우진은 쉼 없는 활동을 통해 영향력을 넓혀 갔고 '강철비'로 '내부자들' 이상의 존재감을 확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마른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카리스마는 조우진의 연기 강점을 배가시켰고, '실제 연기한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대단한 액션까지 소화하면서 어떠한 반박 없이 조연상 후보에 자동 노미네이트됐다. 생애 처음으로 백상 후보에 오르는 기쁨을 만끽한 조우진이 수상의 영예까지 얻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진선규(범죄도시)
'범죄도시' 최고의 발견이다. 청룡영화상에서 이미 조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당시 눈물을 흘리며 남긴 진선규의 감동 소감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명장면. '범죄도시' 속 극악무도한 캐릭터와 '순수'라는 표현이 딱 맞는 실제 진선규 사이의 괴리감은 진선규의 연기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하는 척도가 됐다. 전적이 있기에 유력 수상자로 꼽히는 것 역시 무리는 아니다. 백상예술대상 트로피까지 수집할 수 있을지 영화계와 대중의 주목도는 여전히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