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생민이 방송 하차 선언 18일 만에 모든 방송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젠 어떠한 방송에도 그의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는 상태다. 데뷔 25년 만에 화려한 제1의 전성기를 맞았지만, 너무도 빨리 끝이 나버렸다.
21일 방송된 tvN '짠내투어'에는 대만 편 마지막 이야기가 펼쳐졌다. 대만 편까지 김생민이 참여했던 투어. 가이드로 나선 김생민의 여행기는 끝까지 방송되지 못했다. 절반가량은 그대로 날아갔다. 후반부는 방송으로 확인이 불가했다. 미투 가해자로 지목됐기 때문.
김생민은 지난 2일 방송사 스태프였던 A씨의 폭로로 미투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날의 과오를 뉘우치며 "너무 마음이 무겁고 죄송한 마음뿐이다"라고 직접 사과했다. 그리고 출연 중이던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다음 날인 3일 하차를 결정했고 제작진은 대책을 마련했다.
김생민의 출연분을 최대한 편집해서 방송하거나 프로그램이 폐지됐다. KBS 2TV '김생민의 영수증'은 김생민이 없어선 안 될 프로그램이었다. 김생민을 중심으로 꾸려졌던 이 방송은 미투 논란과 함께 방송 중단을 결정, 폐지 수순을 밟았다.
'짠내투어'도 프로그램의 상징적인 존재가 바로 김생민이었다. 그의 짠돌이 이미지를 본떠 예산 대비 가성비 높은 여행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박명수, 김생민, 박나래, 정준영의 시너지가 여타 여행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이끌어냈다. 해외 자유여행 시스템이 익숙지 않았던 김생민의 실수와 그를 향한 멤버들의 쓴소리가 프로그램의 재미 요소였던 터.
하지만 대만 편 방영 도중 터진 미투 논란에 김생민 투어의 후반부 이야기는 실종됐고 김생민 자체가 화면에서 사라졌다. 가끔 풀샷에서 뒷모습이나 옆모습이 등장했다. 심지어 대만 편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자막으로만 설명됐다. 짠내의 상징이었던 그가 씁쓸한 반쪽짜리 우승으로 하차했다.
다음 회차부터는 김생민을 제외한 멤버들이 참여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여행기로 채워진다. 후임 없이 기존 멤버에 래퍼 마이크로닷과 모모랜드 주이가 함께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짠내투어'는 프로그램의 상징적인 존재의 부재 속 프로그램을 꾸려나가야 한다. 이것이 제작진에게 남겨진 과제다. 김생민 없이도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와 풀어나가려고 하는 목적을 잘 담아내야 한다. 프로그램이 오래도록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지 없을지를 결정하는 결정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