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지난 21일 파레디스(30)의 2군행을 결정했다. 시즌 두 번째다. 타격 부진으로 지난 9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던 파레디스는 열흘 뒤인 19일 복귀했다. 그러나 이틀 만에 또 한 번 2군행을 통보받았다.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중 2군에 내려간 것은 올 시즌 파레디스가 처음이다. 선두 질주를 하는 두산의 몇 안 되는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외국인 타자다.
파레디스는 개막 이후 첫 12경기에서 타율 0.179(39타수 7안타)로 부진했다. 규정타석을 채운 68명 중 타격 최하위, 장타율(0.333)과 출루율(0.220)을 합한 OPS가 0.553에 불과했다. 타석에서 생산성이 바닥을 치면서 'RC/27'이 2.60에 불과했다. 'RC/27'은 한 타자가 아웃 카운트 27개를 모두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추정 득점이다. 제러드 호잉(한화·12.95) 아도니스 가르시아(LG·12.44)와 5배 가까운 차이가 났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난 9일 파레디스를 1군에서 뺐다. 결단이었다. 그리고 파레디스는 2군에 내려가서 타격감을 조율했다. 6경기에 출전해 타율 0.360(20타수 7안타), 1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장타율(0.600)과 출루율(0.429) 모두 괜찮았다. 1군이 아니라는 변수가 있었지만, 터닝 포인트를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했다. 김 감독도 1군 엔트리 재등록이 가능한 열흘만 딱 채우고 곧바로 올렸다. 그러나 복귀 이후 2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 4삼진을 기록했다.
21일 파레디스의 두 번째 2군행을 지시한 김 감독은 "교체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최대한 시간을 주면서 재조정 시간을 갖게 할 계획이다. 두산은 2016년 초반 슬럼프를 보인 닉 에반스를 2군에 보내 전환점을 만든 성공 사례가 있다. 상황도 크게 나쁘진 않다. 외국인 타자가 사실상 없는 상태로 시즌을 치르고 있지만, 팀 타율은 0.288로 평균인 0.278를 뛰어넘는다. 리그 3위. 이 부문 최하위 NC보다 4푼 이상 높다.
관건은 변화 가능성이다. 2011년 휴스턴 소속으로 빅리그에 데뷔한 파레디스의 메이저리그 통산 삼진은 287개다. 반면 볼넷은 49개에 불과하다. 커리어 하이인 104경기에 출전한 2015시즌엔 삼진 111개, 볼넷 19개로 볼넷/삼진 비율이 리그에서 여덟 번째(최소 350타석 소화 기준)로 좋지 않았다. 볼넷 비율이 5%가 되지 않는 타자 43명 중 1명이었다. 쉽게 말해 볼넷을 골라내지 못하면서 삼진을 많이 당하는 유형이다.
세부 지표도 문제다. 파레디스의 메이저리그 통산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에 스윙한 비율(O-Swing%)은 43.8%로 높다. 2016년엔 47.7%로 50%에 육박했다. 지난해 규정타석을 채운 메이저리그 타자 144명 중 O-Swing%가 가장 높았던 타자는 코리 디커슨으로 45.6%(1위 조이 보토 15.8%)였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에 대한 콘택트 비율(O-Contact%)도 통산 53.9%로 높지 않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타자. 우려했던 모습이 KBO 리그에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