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준은 현재 KBO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다. 지난주까지 나선 33경기에서 타율 0.407를 기록했다. 유일한 '4할대' 타자다. 최고 타율은 0.447에 육박한다. 유한준은 "빗맞은 타구가 안타로 연결된 덕분이다. 하던 대로 했다"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73경기 만에 기록했던 홈런 개수(9개)를 29경기 만에 해냈다. 구단 차원에서 발사각을 높이는 변화도 있었지만, 비시즌이나 휴식일에도 꾸준히 웨이트트레이닝을 소홀히 하지 않은 성실한 자세가 빛을 봤다.
4할대 타율은 유지하기 어렵다. 2014년 이재원(SK), 2016년 김문호(롯데)도 한동안 뜨거운 타격감을 기록했지만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이재원은 시즌 71번째, 김문호는 시즌 52번째 출전을 마지막으로 4할대 타율을 회복하지 못했다. 각각 0.337와 0.325로 시즌을 마쳤다. 유한준도 5월 첫 다섯 경기에서 3안타에 그치며 0.402까지 타율이 떨어졌다. 시즌 34번째 경기에서 기록한 타율도 이전 두 선수보다 낮다.
그러나 유한준의 타율은 고공비행을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4시즌(2014~2017년) 사이 4할대 타율에 다가선 그 어느 선수보다 안정감이 있다. 당장 김문호·이재원과 비교해도 그렇다.
일단 앞선 두 선수는 당해 '백업' 딱지를 뗀 선수들이다. 풀타임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한 번은 찾아오는 슬럼프를 버텨 낼 만한 노하우가 부족했다. 유한준은 다르다. 1군 데뷔 14년 차다. 2015년 최다 안타(188개) 타이틀를 거머쥔 베테랑이다. 팀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될 만큼 철저한 루틴을 가졌고, 타격도 수준급 궤도에 올라 있다. 상대 분석 강화에도 스스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선수라는 얘기다.
약점은 적은 편이다. 유한준은 투수 유형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주까지 나선 33경기에서 좌투수 상대 0.409, 우투수 0.395, 옆구리 투수를 상대로 0.450를 기록했다. 이미 정립된 타격 자세에 힘을 싣는 능력까지 갖췄다. 김문호는 몸 쪽 빠른공 승부에 애를 먹었다. 콘택트 능력은 갖췄지만 약점을 파고드는 상대 배터리의 수에 대처하지 못했다.
포지션 부담도 적은 편이다. 이재원은 2014년 당시 주전 포수를 차지하려는 의지가 컸다. "내 임무는 타석보다 안방에서 더 크다"면서 말이다. 실제로 정상호(당시 SK)와 양분하던 포수 수비가 늘어나면서 타격에서도 부침을 보였다.
반면 유한준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그는 외야수다. 팀 방침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김진욱 kt 감독은 '붙박이' 지명타자를 선호하지 않는다. 체력 저하가 두드러진 선수가 있으면, 휴식을 주거나 지명타자로 기용한다. 유한준도 관리받는다.
4할대 타율 유지보다는 현재 타격감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한준은 변수가 적은 편이다. 타율 커리어 하이는 2015년에 기록한 0.362. 올 시즌 kt는 그가 공격에서 부담을 홀로 짊어지지 않아도 될 만큼 전력이 탄탄해졌다. 그가 고공비행을 이어 갈 가능성이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