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효준은 12일 중국 베이징 캐딜락 아레나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로드FC 대회를 관전했다. 베이징=피주영 기자
"다음 올림픽이 이곳에서 열리잖아요. 미리 와서 좋은 기운도 받고 각오도 다졌어요."
2018 평창겨울올림픽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쇼트트랙 남 1500m)의 주인공 임효준(22·한국체대)은 반갑게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지난 12일(한국시간) 종합격투기 로드 FC 대회가 열린 중국 베이징의 캐딜락아레나에서 만난 그는 전신에 딱 달라붙는 트리코(경기용 유니폼) 대신 최근 유행하는 재킷과 운동화로 잔뜩 멋을 낸 차림이었다. 임효준은 "평소 패션과 격투기에 관심이 많다. 쇼핑은 종종 하는데, 격투기 경기 관전은 처음"이라면서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시 국가대표를 꿰찬 임효준
임효준은 최근까지도 숨 가쁘게 달려왔다. 평창겨울올림픽이 끝나고 곧바로 진천선수촌에 입소해 몬트리올 세계선수권을 준비했다. 그러나 세계선수권에서 두 번이나 넘어지는 불운을 겪으며 4위에 머물러 국가대표 자동 선발 티켓을 놓쳤다. 3위는 황대헌이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서야 하는 임효준은 고민에 빠졌다. 다음 시즌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메이저 대회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선수권 이후 2주 정도밖에 시간이 없어서 많이 힘들었다. 1년을 쉴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최선을 다해 보자고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고민 끝에 출전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임효준은 당당히 정상에 올랐다. 그는 지난달 15일 서울 목동실내빙상장에서 끝난 제33회 전국선수권 겸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총점 82점을 얻어 이준서(신목고·68점)를 제치고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1차 대회(4월 11~12일)에서 4개 종목을 모두 휩쓸었던 임효준은 여유 있게 선발전을 통과했다. 종합 1위를 차지한 임효준은 황대헌(한국체대)·이준서와 함께 다음 시즌 개인전 멤버로 발탁됐다. 그는 "우리나라 선수들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 국가대표 선발전은 올림픽에 버금갈 만큼 힘들다.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며 웃었다.
다시 국가대표를 꿰찬 임효준
평창겨울올림픽 때까지만 해도 막내급이었던 임효준은 3개월 만에 고참급 선수로 올라섰다. 나이로는 최고참 곽윤기 다음이다. 그는 "후배들과 무척 잘 어울리는 편이라서 친구 같은 존재다. 선배라고 무게 잡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임효준은 평창에서 금메달을 따기까지 무려 수술 7번을 견디고 극복했다. 임효준은 "대표팀 생활을 1년밖에 하지 않았는데, 벌써 (곽)윤기 형 다음 나이가 됐다. 기간과 관계없이 책임감이 생긴다"면서 "올림픽에 나가 봤고 메달도 땄다. 경험하고 배운 것을 후배들에게 알려 줄 것"이라고 말했다.
불과 20대 초반인 나이에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아직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임효준은 "2022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 베이징에 와 보니 태극마크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표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아무도 이루지 못한 올림픽 연속 금메달을 따고 싶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