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3위다. 시즌 개막 직후 반짝 돌풍이 아니다. 순위 표 상위권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한화가 한 시즌 30%에 가까운 39경기를 치른 14일 현재 승률 0.564(22승17패)를 기록하고 있다. 단독 3위를 지키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순위 아래 팀들과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이 더 고무적이다. 한화가 3위 자리를 되찾은 지난 3일, 4위 LG와 게임 차는 '0'이었다. 승률에서 2리 앞서 간신히 단독 3위가 됐다. 6위 넥센과 격차도 2.5경기에 불과했다. 연패 한 번에 언제든 순위 표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 반면 1위 두산과는 5경기, 2위 SK와는 4.5경기 차를 각각 유지했다. 선두권 두 팀은 여전히 멀게 보였다.
11일이 지난 지금은 다르다. 순위는 같지만, 공동 4위 롯데·KIA와 게임 차를 3경기까지 벌렸다. 야구계에는 "3게임 차를 따라잡는 데 보통 한 달이 걸린다"는 속설이 있다. 어느 정도 안전 거리를 확보했다는 의미다. 오히려 공동 1위인 두산·SK와 게임 차는 3.5경기로 좁혀졌다. 5월에 치른 10경기에서 8승2패로 날아오른 덕분이다.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한화엔 놀라운 변화다. 어느 한 요소 혹은 한 선수를 짚어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부문에서 성장했다. 무엇보다 터줏대감들과 새 얼굴들의 조화가 완벽에 가깝다.
한화의 터줏대감인 김태균과 송광민은 달라진 마음가짐과 자세로 타선의 폭발력을 주도하고 있다. 송광민이 초반에 돌풍을 이끌었다면, 2군에 다녀온 김태균은 5월의 고공 행진을 뒷받침했다.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리던 주전 유격수 하주석도 마침내 제 궤도에 올라섰고, 양성우도 쏠쏠한 활약으로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마운드에선 베테랑 안영명이 불펜에서 궂은일을 도맡는 마당쇠로 맹활약하고 있다.
최근 3~4년간 새로 한화에 합류한 선수들도 이적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칠 기세다. 소방수 정우람은 14세이브, 평균자책점 1.08을 기록하면서 2016년(16세이브)과 2017년(26세이브)을 넘어 생애 처음으로 구원왕에 도전할 수 있는 페이스로 달리고 있다. 스스로 "내가 '애물단지'였다"고 소개할 정도로 부진이 이어졌던 송은범 역시 올해는 불펜에서 없어선 안 되는 존재다. FA 선언을 1년 미룬 외야수 이용규도 타율 0.324에 27득점 7도루로 제 몫을 해내고 있다.
기존 선수들의 약진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새 얼굴들이다. 외국인 타자 제러드 호잉은 10개 구단 외국인 타자 가운데 몸값은 9위지만, 실력으로는 1위를 다툰다.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은 50⅔이닝 동안 삼진 69개를 잡아내면서 압도적인 탈삼진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선발진에서 국내 에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김재영, 22경기에 불펜으로 등판했는데도 여전히 평균자책점이 '0'인 서균은 팀 내 존재감 자체가 지난해와 다르다.
진정한 '뉴 페이스'들도 건강한 새싹을 틔웠다. 고졸 신인 투수 박주홍이 데뷔 첫해부터 1군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고, 2000년에 태어나 '밀레니엄베이비'로 불리는 신인 내야수 정은원과 투수 김진욱은 팀의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까지 밝히는 자원으로 떠올랐다.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다. 한화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한용덕 신임 감독은 '원칙'을 지키고 '과욕'을 피하는 팀 운영으로 한화 선수들을 양지로 끌어냈다. 한화 영구결번 출신 지도자인 장종훈 수석 겸 타격코치와 송진우 투수코치도 물을 만났다.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간 한화를 떠나 다른 팀이나 다른 분야에 몸담았던 이들은 오랜만에 돌아온 친정팀에서 그동안 쌓아 올린 역량과 노하우를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