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는 여전히 KBO리그에서 뛰는 걸 원한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IS 포토 소망과 현실은 거리가 있다. 외국인 투수 에릭 해커(35)의 KBO리그 재입성 가능성은 작다.
해커는 외국인 투수 시장의 '뜨거운 감자'다. 팬들 사이에선 시즌 개막 후 줄곧 1순위 대체 외국인 카드로 거론 중이다. 시즌 초반 '뉴 페이스' 펠릭스 듀브론트(롯데) 리살베르토 보니야·팀 아델만(이상 삼성) 등이 적응에 애를 먹자 '해커를 다시 데려오는 게 낫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친정팀 NC가 14일 로건 베렛을 2군에 내리자 비슷한 반응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베렛은 해커, 제프 맨쉽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NC가 영입한 새 외인. 부진 때문에 교체 1순위로 분류된다.
해커가 대체 외국인 투수로 거론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실력이다. NC 구단의 원년 멤버로 2013년부터 5년 동안 56승을 기록한 공인된 '1승 카드'다. 2015년엔 19승을 기록해 다승왕과 골든글러브를 동시에 차지했다. 외국인 투수가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건 다니엘 리오스(두산 2007년)·아킬리노 로페즈(KIA 2009년)·앤디 밴헤켄(넥센 2014년)에 이어 역대 네 번째였다. 통산 평균자책점이 3.52. 지난 시즌에도 12승7패 평균자책점 3.42로 준수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NC와의 재계약이 불발됐고, 다른 팀의 영입 제안도 받지 못하면서 KBO리그를 떠났다.
외국인 담당자들은 하나 같이 실전 감각에 의문을 나타냈다. 개인훈련을 하고 있는 게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영입 시 곧바로 경기에 뛸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의미다. IS 포토 선수는 여전히 한국행을 원한다. 개인 SNS에 훈련 동영상을 올리고, KBO리그 소식에도 즉각 반응한다. 여러 인터뷰를 통해 공개 구직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A구단 외국인 담당자는 "독립리그라도 뛰어야 한다. 실전 감각이 떨어졌기 때문에 한국에 와서 바로 실전 모드가 되기 쉽지 않다"고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B구단 외국인 담당자도 "개인훈련과 팀훈련은 다르다. 마이너리그나 독립리그에서 콜을 기다려야 한다. 나이가 적지 않다"고 조언했다. 해커는 현재 소속팀 없이 개인훈련 중이다. 영입 시 별도의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체계적인 훈련을 진행하긴 어렵다.
C구단 외국인 담당자는 "해커를 데려와서 실패했을 경우의 리스크도 생각해야 한다. 차라리 새 외국인 투수를 데려오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커는 확실한 선발 자원이다. 그러나 NC가 재계약을 포기한 선수다. 다른 구단 입장에선 찜찜할 수 있다. 최근 김경문 NC 감독은 해커의 구속과 컨트롤 문제를 지적했다. 영입 의사가 있더라도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더스틴 니퍼트(KT)의 부진도 해커 입장에선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해커와 유사하게 친정팀 두산과 결별한 니퍼트는 KT와 계약했다. 그러나 성적이 2승3패 평균자책점 6.31로 기대 이하다. 두산의 선택이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라는 게 결과로 나온다. 해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해커보나 가능성이 높은 건 로치다. 로치는 지난해 KT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뒀지만 팀과의 궁합이 문제였다는 시선이 많다. 무엇보다 현재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경기를 꾸준히 뛰고 있어 감각에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화이트삭스 구단은 KBO리그 구단에 선수 장사를 심하게 하기 때문에 영입을 원할 경우 고액의 이적료를 원할 게 유력하다. IS 포토 외국인 담당자는 하나 같이 '해커 영입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 오른 팔꿈치 부상의 위험성을 안고 있는 선수다. 자기 루틴에 대한 고집도 세다. KBO리그 구단들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게 추세다. 20대 후반의 젊은 선수를 데려오려고 한다. 해커는 이 부분과도 엇박자가 난다.
A구단 외국인 담당자는 "차라리 해커보다 로치가 가능성이 더 높다"고 조언했다. 로치는 지난해 KT에서 4승15패 평균자책점 4.69를 기록하고 한국을 떠났다. 표면적인 성적은 최악에 가깝다. 그러나 경기당 득점 지원이 2.61에 불과했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19명 중 18위. 잘 던지고도 승리하지 못한 횟수가 꽤 있다. 현재 로치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트리플A에서 뛰고 있어 해커와 달리 경기 감각도 문제가 없다.
D구단 외국인 담당자는 "몸값을 큰 폭으로 내린다면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커의 2017시즌 연봉은 100만 달러(연봉 90만 달러·옵션 10만 달러)였다. 시즌이 치러지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절반 그 이상으로 깎일 게 유력하다. 과연 선수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쉽지 않은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