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방송된 KBS 2TV 수목극 '슈츠(Suits)'에서는 장동건(최강석), 박형식(고연우)가 늘 이기는 게임만 하고 승승장구 해오다가 결코 쉽지 않은 사건과 마주했다. 그리고 두 캐릭터 각자의 서사가 사건과 절묘하게 결합되며, 이들에게 사건은 위기로 다가왔다.
먼저 장동건은 과거 자신의 실수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12년 전 자신이 공판검사로 나섰던 사건 중 오검사의 증거인멸로 인해 누명을 쓴 피해자 장인섭(장석현)을 찾아가 재심을 권유한 것. 장동건을 향해 복수의 칼을 갈았던 장인섭은 재심을, 장동건은 제안을 거부했다. 하지만 박형식의 설득으로 마음을 돌렸고, 변호사 장동건에게 자신의 재심 사건을 맡겼다.
어렵게 과거 실수와 마주한 장동건이지만, 상황은 불리하게 돌아갔다. 오검사의 잘못에 대한 증거들이 쏟아진 것을 두고, 검찰에서 장동건을 주시하며 무너뜨리고자 한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검사 측이 장인섭의 또 다른 범죄 혐의가 발견됐다고 주장하며 재심 자체가 엎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장동건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과거 실수와 스스로 마주했지만 위기에 처했다.
박형식도 위기에 처했다. 어린 시절 뺑소니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박형식이, 뺑소니 사고를 맡게 된 것. 결코 이성적일 수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사건은 비교적 수월하게 해결되는 것처럼 보였다. 피의자가 조금 늦었지만 119에 신고했고, 피해자 목숨에 지장이 없으며, 장동건과 박형식의 조언대로 피의자가 빠르게 경찰에 자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뒤집혔다. 피해자가 급작스럽게 사망한 것. 이 위기 상황에서 박형식은 사건현장을 찾아가 날카로운 관찰력을 발휘, 증거를 찾아냈다. 피해자가 늦은 밤 검은 옷을 입은 채 그라피티를 남기고 있었음을, 이에 피의자가 인지하지 못한 채 사고가 날 위험성이 컸음을. 그러나 여전히 알 수 없는 묘한 불안감이 남아 있는 가운데 박형식은 피해자 가족과 합의를 남겨놓게 됐다.
이날 장동건과 박형식은 따로 또 같이 위기에 직면했다. 두 사건 모두 명확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여기까지만 있다면 그간 수 없이 봐왔던 여타 드라마 속 위기와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반면 '슈츠(Suits)' 속 위기는 달랐다. 두 인물의 개인적 서사와 사건을 적절하게 결합했다.
승승장구하던 장동건이 자신의 과거 실수와 마주한 사건, 박형식의 어린 시절 아픔이 떠오르는 뺑소니 사건. 여기에 촘촘한 스토리 구성과 빠른 전개, 캐릭터의 감정변화를 감각적으로 담아낸 열연이 더해지자 극적 긴장감은 몇 배로 뛰었다. 덕분에 60분은 눈 깜짝 할 사이에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