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신형 스파크' 출시로 경영 정상화의 닻을 올렸지만 시작부터 암초를 만났다. 주요 수출 지역인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사내하청 근로자 직접 고용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여러 악재가 속출하면서 한국GM의 경영 정상화 작업이 결국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스파크, 시동 걸기도 전에 제동
한국GM은 지난 23일 경영 정상화를 위한 첫 생산 투입 모델로 '신형 스파크'를 선택했다.
국내 창원 공장에서 생산하는 스파크를 앞세워 내수와 수출 물량을 함께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한국GM은 특히 미국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시장의 특성상 경차가 많이 팔리지는 않지만, 스파크의 경우 이례적으로 전체 판매량의 13%인 18만 대가량이 미국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어서다.
한국GM은 스파크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가격을 낮게 정했다. 기본 모델은 기존 것보다 가격을 낮추고, 상위 트림은 가격을 거의 올리지 않는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시동을 걸기도 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스파크 출시 다음 날인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무부에 수입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최대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수입산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통과될 경우 사실상 스파크의 대미 수출 길이 막히게 된다. 한국은 현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한국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할 때 픽업트럭을 제외한 모든 차량에 대해 관세를 면제받고 있다.
한국GM은 신형 스파크를 공개하면서 미국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힌 지 불과 하루 만에 스텝이 꼬이게 됐다.
관세 폭탄을 맞으면 선택지는 두 가지다. 높은 가격으로 미국에 팔거나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법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GM 본사가 향후 한국GM 신차 배정 등에서 소극적인 입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파크의 경우 마진이 작은 경차 특성상 공장 가동률이 일정 수준 이상 나와야 적정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미국 수출 길이 막힐 경우 한국GM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매출원가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선 '사내하청 직접 고용' 암초 만나
한국GM은 사내하청 근로자의 직접 고용이라는 뜻밖의 암초에도 부딪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8일 한국GM 측에 창원 공장 사내하청 근로자 774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회사가 하청 근로자들에게 사실상 직접적으로 지휘·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파견법을 위반한 불법 파견이라는 설명이다.
한국GM의 경영 정상화 협상이 끝나자마자 정부가 "비정규직 고용 문제를 해결하라"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한국GM은 오는 7월 3일까지 이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으면 1인당 1000만원씩, 총 77억4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앞서 고용부는 한국GM 창원노조로부터 불법 파견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민원을 접수받고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바 있다. 고용부는 한국GM의 나머지 공장인 부평·군산 공장에 대해서도 다음 달까지 실태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두 차례에 걸친 희망퇴직과 복리후생 감축 등 노사 협상으로 힘겨운 과정을 보낸 한국GM 측은 갑작스럽게 닥친 리스크에 당황스런 표정이다.
업계에서는 가까스로 경영 정상화를 시작한 한국GM이 또다시 암초에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한국GM이 이들을 포함해 부평 등 다른 공장의 사내하청 근로자까지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면 최소 1500억원 이상의 추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한국GM이 직접 고용 명령을 당장 이행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GM은 벌금을 내더라도 법적 다툼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GM 관계자는 "한국GM은 고용부의 시정명령서를 검토한 뒤 향후 대응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