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진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 부진했던 걸 한꺼번에 만회하기라도 하듯 짜릿한 명승부를 펼쳐보였다.
김효주(23)가 미국여자골프(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서 연장 승부 끝에 준우승했다. 4일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햄 인근의 숄 크릭 골프클럽에서 열린 US여자오픈 골프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5타를 줄인 김효주는 에리야 주타누간(태국)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4개 홀 접전 끝에 준우승을 거뒀다. 2016년 1월 퓨어 실크 바하마 클래식 이후 29개월 만의 LPGA 투어 대회 정상을 노렸던 김효주는 우승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올 시즌 두 번째 정상에 오른 주타누간은 2016년 브리티시 여자오픈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90만 달러(약 9억7000만원).
비록 준우승했지만 김효주는 대회 최종 라운드를 지배했다. 주타누간에 6타를 뒤진 상황에서 최종 라운드를 맞은 김효주는 신들린 퍼트 감각을 앞세우면서 갤러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1,3,6번 홀 버디로 전반에 3타를 줄인 김효주는 파4 12번 홀에서 10m 이상 거리에서의 환상적인 퍼트로 버디를 기록해 기세를 올렸다. 이어 파4 15번 홀에선 핀에서 20m 거리의 그린 바깥에서 시도한 퍼트가 깃대를 맞고 그대로 홀로 들어가면서 환호했다. 김효주는 이날 18홀에서 퍼트를 25개만 기록하는 절정의 퍼트 감각을 과시했다.
그새 전반 9개 홀에서 5타를 줄였던 주타누간은 10번 홀 트리플 보기로 김효주와의 차이가 좁혀졌다. 주타누간은 이어 17번 홀에서 보기로 마무리하고, 18번 홀에서도 두 번째 샷이 벙커에 빠진 뒤, 약 5m 되는 파 퍼트를 성공시키지 못해 또다시 보기를 기록하면서 김효주와 동타를 이뤘다.
파4인 14번 홀과 18번 홀에서 열린 연장 승부는 먼저 2개 홀 합산 방식으로 열린 뒤, 동타가 나오면서 이후 서든데스 방식으로 치러졌다. 김효주는 연장 첫 홀에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약 10m 되는 거리에서 시도한 버디 퍼트가 그대로 홀 안으로 들어갔다. 반면 주타누간은 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놓치고 파에 그쳤다. 그러나 이어 열린 연장 두 번째 홀에선 김효주가 보기, 주타누간이 파를 지키면서 다시 동타가 됐다.
14번 홀에서 열린 연장 세 번째 홀에서도 나란히 파를 기록한 둘의 승부는 18번 홀에서 치른 연장 네 번째 홀에서 갈렸다. 주타누간은 벙커에서 시도한 세 번째 샷을 핀 50cm 가까이 붙였다. 반면 김효주는 벙커 샷이 조금 짧았다. 이 홀에서 김효주의 파 퍼트는 홀을 빗겨나간 반면, 주타누간은 가볍게 성공하면서 승부가 마무리됐다. 한때 주타누간에 앞섰던 김효주로선 아쉬운 결과였다.
그러나 이날 김효주의 경기력은 19세였던 2014년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면서 혜성처럼 등장했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 올 시즌 김효주는 앞서 치른 8개 대회에서 한번도 톱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부진이 이어지던 상황에 김효주는 US여자오픈에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최종 라운드에선 자신이 원했던 퍼트가 성공할 때마다 환하게 웃고, 주먹도 불끈 쥐어보이면서 한결 여유로워진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앞으로 치를 대회에 대한 전망도 밝혔다.
1998년 박세리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 지 20년이 지난 올해, 한국 선수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데는 아쉽게 실패했다. 세계 1위 박인비는 합계 1언더파, 공동 9위로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대표해 나선 김지현은 이븐파 공동 10위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