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처럼 버스 두 대를 세워도 버텨내기만 하면 된다. 팀 전력으로 밀리더라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처럼 '에이스'가 펄펄 날면 해볼 만하다.
'꿀잼' 경기들이 쏟아지고 있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경기들이 오는 18일(한국시간) 스웨덴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 경기를 앞둔 신태용호에 전해준 메시지다. 이란은 모로코를 상대로 끈질기게 버텨낸 끝에 경기 종료 직전 후반 추가시간 상대 자책골로 값진 1승을 거뒀고, 포르투갈은 해트트릭을 달성한 호날두의 '원맨쇼'에 힘입어 '무적함대' 스페인과 3-3으로 비겼다.
◇버스 두 대 세운 이란, 집중력의 중요성 본선 경기를 앞두고 있는 신태용호로선 여러모로 참고할 게 많은 경기들이었다. 특히 같은 아시아 지역 대표 이란의 승리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한 경기였다. 비록 최종예선에선 치열하게 승패를 다투던 상대였으나 이란은 개막전 사우디아라비아의 완패로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있던 아시아 축구에 짜릿한 첫 승을 안겼다. '여우'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의 전술과 90분 동안 지치지 않는 체력과 집중력으로 승리를 일궈낸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특유의 '늪 축구'로 모로코를 쩔쩔 매게 만든 이란의 수비가 인상적이었다. 전반 초반부터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골을 노렸던 모로코는 전방 압박도 포기한 채 한껏 내려서서 두텁게 막아선 이란의 수비벽을 뚫지 못했다. 대신 역습 기회가 있을 때는 전방의 사르다르 아즈문(루빈 카잔) 알리레자 자한바크슈(알크마르)를 중심으로 재빠르게 모로코를 위협했다.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신경전과 케이로스 감독의 심리전도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때처럼 잘 통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소위 말하는 '버스 두 대'를 세우는 철저한 수비 전략이 월드컵 같은 무대에서 통한다는 걸 증명해냈다. 물론 이후 상대해야 할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을 상대로 같은 전략이 성공할 지는 의문이지만 '늪 축구'라 불릴 정도로 끈덕진 이란의 수비가 그들에게 20년 만의 월드컵 본선 승리를 안겨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숙소에서 만난 한 이란팬은 "호날두의 해트트릭을 봤다. 하지만 호날두가 우리를 상대로 골을 넣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며 이란의 수비에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란이 보여준 경기 방식은 참고할 만한다. 물론 이란의 수비가 케이로스 감독 체제에서 7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완성됐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객관적 전력상 약팀이 자신보다 강한 팀을 상대로 어떻게 버텨야하고, 얼마나 집중해야하는지 그 중요성을 이란이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줬다는 건 확실하다. 경기 내용도 중요하지만 본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30대 70의 점유율 속에서도 어떻게든 승리를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월드 클래스 11명과 싸운 '신' 호날두, 에이스의 중요성 이어 열린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경기는 그야말로 역대급 '꿀잼' 경기였다. 월드컵 개막 직전 훌렌 로페테기 감독을 경질하며 화제의 중심에 선 '무적함대' 스페인과 '신계'에 올라있다고 평가받는 호날두가 이끄는 포르투갈. 이베리아 반도 더비로 불리는 이들의 매치업은 시작 전부터 전세계 축구팬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경기였다.
그리고 이 두 팀의 대결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을 훌륭하게 뒤집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은 90분 동안 6골을 쏟아내며 자신들의 경기를 지켜본 축구팬들을 융성하게 대접했다. 후반 13분 나초 몬레알(아스널)이 터뜨린 원더골이나 디에구 코스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멀티골도 짜릿했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는 역시 호날두의 해트트릭 장면이었다.
스페인과 호날두의 대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호날두는 포르투갈 공격의 모든 것을 홀로 책임졌다. 호날두라는 걸출한 스타가 탄생한 뒤 줄곧 호날두 중심으로 팀을 꾸려왔던 포르투갈은 개막 전부터 그의 '원맨팀'으로 평가받았다. 꾸준히 조직력을 끌어올리며 2016 유럽선수권대회(유로2016) 우승까지 차지했지만 그래도 그 중심엔 호날두가 있었다.
팀을 이끄는 빛나는 '에이스'의 존재감은 월드컵 무대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호날두는 스페인을 상대로 페널티킥과 프리킥, 그리고 필드골을 엮어 3골을 터뜨리며 월드컵 4회 연속 득점, 메이저 8개 대회 연속 득점, 월드컵 최고령 해트트릭 등 수많은 기록을 쏟아냈다. 물론 이런 기록의 향연 속에서도 가장 값진 건 당연히 소속팀 포르투갈을 패배에서 구해냈다는 사실이다.
객관적으로 신태용호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을 호날두와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날 호날두의 활약은 한 팀의 에이스로서, 또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슈퍼스타'로서 손흥민이 스웨덴전에서 해줘야 할 역할을 보여줬다. 필요할 때 골을 넣어주는 선수, 팽팽한 경기의 흐름을 바꿔줄 수 있는 선수가 되어줘야한다는 얘기다. 물론 다른 선수들이 조직적으로 그를 뒷받침해줘야 손흥민이 호날두처럼 활약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잊어선 안된다. 손흥민이 호날두처럼 펄펄 날아줄 수 있다면, 신태용호의 16강 진출 희망가는 충분히 긍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