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개막한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이 진행 중이다. 러시아월드컵 초반 판도는 강호들의 고전이다. 즉 약체들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변의 연속이다.
A조에서는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나선 이집트가 약팀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5위 이집트는 14위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더욱 매력적인 경기를 펼치며 세계 축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경기 막판 1골을 내주며 0-1로 패배하기는 했지만 이집트는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가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서도 저력을 선보였다.
개막전으로 치러진 A조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는 러시아의 5-0 대승으로 끝났다. 개최국의 힘을 보여준 경기였다. FIFA 랭킹에서 사우디아라비아(67위)는 러시아(70위) 보다 높다. 러시아도 약팀들의 반란에 한 몫을 담당한 셈이다.
B조에서는 이란이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웠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참패로 아시아 축구를 향한 우려의 시각이 있는 상황에서 이란은 아프리카의 복병 모로코를 1-0으로 격파했다. 이란은 지지 않는 법을 알고 있었다. 아시아의 명장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의 수비 전술은 이번에도 통했다. '질식 수비'로 모로코 공격진을 무력화시켰고, 경기 종료 직전 상대 자책골로 행운의 승리를 얻었다.
B조의 또 다른 경기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경기는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FIFA 랭킹에서는 포르투갈(4위)이 스페인(10위) 보다 높지만, 객관적 전력에서는 스페인이 한 수 위였다. 우승후보 스페인의 베스트 멤버는 그야말로 세계 올스타와 같았다. 이를 상대로 포르투갈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3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C조에서는 우승후보 중 하나인 프랑스가 호주에 크게 혼이 났다.
랭킹 7위 프랑스는 황금멤버를 구축하며 우승을 노린다고 하지만, 랭킹 36위 호주의 조직력에 힘을 제대로 내지 못했다. 프랑스는 '비디오판독시스템(VAR·Video Assistant Referee)'의 힘을 빌려 가까스로 2-1 승리를 할 수 있었다. 프랑스를 우승후보에서 내려오게 만든 호주, 그들의 패배는 '아름다운 패배'였다.
C조의 또 다른 경기에서도 약팀이 반란을 일으켰다. FIFA 랭킹 12위 덴마크가 한 단계 높은 11위 페루를 1-0으로 잡았다.
D조에서 약팀의 반란 '하이라이트'가 펼쳐졌다.
세계 최고의 선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를 상대한 아이슬란드가 주인공이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5위의 강호, 아이슬란드는 22위다. 아이슬란드는 이번 월드컵이 첫 출전이었다. 월드컵에 총 17번 나선 단골 출전국 아르헨티나와 비교해 모든 것이 한참 뒤졌다.
하지만 아이슬란드는 바이킹의 후예처럼 당당하고 용맹했다. 무자비한 피지컬과 이를 앞세워 만든 탄탄한 수비 조직력 앞에서는 천하의 메시라도 어찌할 수 없었다. 메시는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등 부진했다. 아이슬란드는 아르헨티나와 1-1 무승부라는 성과를 냈다.
브라질-스위스 E조의 희생양은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이었다.
FIFA 랭킹 2위로 러시아월드컵 유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브라질은 6위의 스위스를 만나 고전하다 1-1 무승부에 그쳤다. 모든 면에서 한 수 위를 자랑하는 슈퍼스타 군단 브라질이었지만 스위스의 단단한 조직력에 힘을 내지 못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선수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 역시 침묵했다.
E조의 또 다른 경기에서는 FIFA 랭킹 34위 세르비아가 23위 코스타리카를 1-0으로 무너뜨렸다.
독일 대표팀 패배 F조에서는 '최대 이변'이 일어났다.
'세계 최강' 독일이 무너진 것이다. FIFA 랭킹 1위 독일은 15위 멕시코에 0-1로 무너졌다.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펼쳐진 것이다. 멕시코는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독일을 침몰시켰다. 멕시코는 몸값 10배 차이를 뛰어 넘었다. 월드컵 '디펜딩 챔피언의 저주'는 현재 진행형이다.
약팀의 반란에는 '공통점'이 있다.
강호 보다 한 발 더 뛰며 몸을 아끼지 않는, '투지'가 기본으로 깔렸다. 여기에 강력한 수비가 더해졌다. 이름값이 아닌 팀으로 하나가 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11명의 단단한 조직력이 몸값이 어마어마한 스타들보다 강했다.
다음은 '한국' 차례다.
한국은 18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F조 1차전 스웨덴과 운명의 한 판 대결을 펼친다. FIFA 랭킹 57위로 스웨덴(24위) 보다 한참 낮다. 객관적 전력에서도 뒤진다. 하지만 '희망'을 놓을 수는 없다. 앞서 약팀들의 반란에서 영감을 얻었고, 한국은 이런 흐름을 이어가야 할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