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이 처음으로 '결백'을 주장하고 나섰다. 미투(Me Too) 운동 고발 대상자로 지목된 후 쏟아진 의혹과 혐의에 대해 일절 인정하고 사과한 그가 여배우 A의 '과거 성폭행' 폭로에 대해서만큼은 '소송'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16년 전 사건에 대한 팽팽한 대립과 잘잘못에 대한 결론은 결국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조재현은 "2002년 조재현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여전히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한 재일교포 여배우 A에 대해 22일 오전 '공갈미수 혐의'로 소송장을 접수한다.
조재현이 소송까지 운운하게 된 이유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할 '자료'가 있기 때문. 조재현 측 법률대리인은 "여배우 A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성폭행이 아닌 합의된 성관계였다. A씨와 모친이 요구해 그동안 송금한 돈만 7000~8000만 원이다. 미투 논란 이후 3억원 상당의 금전적 요구를 또 요구했다"며 "공소시효 내 조재현 씨가 A씨에게 돈을 보낸 자료가 추가적으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여배우 A씨는 "2002년 5월 사진을 찍자고 다가온 조재현에게 방송국 화장실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지금까지 우울증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진심으로 사과하기를 바랄 뿐이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조재현 측은 "A씨와 조재현의 관계는 16년 전이 아닌 20년 전 일이다.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2001년과 2002년 조재현이 드라마 '피아노'로 유명세를 얻으면서 A씨 측에서 보상을 요구했다. 지속적인 금전 요청에 각서까지 썼다. 근데 3개월 전 내용증명이 왔고 구체적 요구사항을 묻자 '3개월을 주면 문제삼지 않겠다'고 또 돈을 원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여배우 A씨의 주장은 다르다. A씨의 모친은 "조재현의 매니저가 딸을 배우로 키우겠다면서 성형수술을 하라고 비용 4000만원을 줬다. 일본에 가서 윤곽 수술을 받았고 그 외 비용은 연기 교습비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극과 극 대립은 법정싸움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공통점은 양측 모두 "억울하다"는 뜻을 내비친다는 것. 사실상 잠정 은퇴를 선언하고 모든 활동을 중단한 조재현은 직접 혹은 법률대리인의 입을 통해 입장을 전하는 자리까지 마련하려 했다. 그러나 고심 끝 기자회견은 진행하지 않고 메일을 통해 입장문을 전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 2월 불거진 미투, MBC 'PD수첩'에서 다룬 미투 논란 이후 국민청원까지 등장했지만 특별한 수사 움직임은 없었다. 소장이 접수되면 말은 달라진다.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되면 조재현과 A씨의 관계, 과거 진실, 그 외 조재현과 관련된 추가 내용 등이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미지가 실추될대로 실추된 조재현은 이에 따른 악영향은 모두 감수하더라도 A씨 주장에 대한 결백만은 입증하겠다는 속내다.
관건은 A씨가 재일교포이기 때문에 국내에 거주하지 않아 수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기에는 어려운 지점들이 있다는 것. 조재현 측은 "A씨가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 한 수사 진행이 되긴 힘들 것이다. 기소중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기덕 감독에 이어 조재현까지 법정에 등판하게 됐다. 성관계, 돈거래 등 자극적인 단어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다시 이슈가 된 미투 운동의 중심에서 조재현은 법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결백을 입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