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48)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4일(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의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 멕시코와 경기서 1-2로 패했다. 전반 26분 만에 장현수(27·FC 도쿄)의 핸들링 파울로 페널티킥을 내준 한국은 카를로스 벨라(29·LA FC)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 갔다. 후반 21분에는 '치차리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30·웨스트햄)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그대로 0-2 패배를 당하는 듯했으나,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손흥민(26·토트넘)의 통쾌한 왼발 중거리슛으로 한 골을 만회하며 1-2로 경기를 마쳤다.
손흥민이 터뜨린 이 만회골 하나는 한국의 16강 진출 희망을 살린 매우 중요한 골이 됐다. 조별리그에서 2연패를 당하며 사실상 16강 탈락이 확정적이던 한국은 뒤이어 열린 같은 조 경기에서 스웨덴에 2-1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독일 덕분에 실낱같은 희망을 남겨 두게 됐다. 조별리그 마지막 3차전인 독일전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을 노려 볼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독일이 스웨덴에 1골 차 승리를 거둔 덕분에 한국도 16강 진출 가능성이 생겼으니, '독일의 은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한국이 속해 있는 F조는 멕시코가 2연승을 거두며 승점 6점(골득실 +2)으로 1위에 올라 있다. 뒤이어 독일이 1승1패(승점 3·+0)로 2위, 스웨덴이 같은 1승1패(승점 3·+0)지만 독일에 승자승 원칙에서 밀려 3위에 올라 있다. 2전 전패를 한 한국은 승점 없이 골득실 -2로 최하위에 위치해 있다. 만약 3차전에서 한국이 독일을 최소 2골 차 이상으로 꺾고, 같은 시간에 열리는 경기에서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는다면 한국의 16강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멕시코가 3승을 거두며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고, 나머지 세 팀이 나란히 1승2패가 돼 골득실→다득점→해당 팀 간 펼친 경기의 승점과 골득실, 다득점(승자승 원칙)→페어플레이 점수 순으로 순위를 가리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이 독일에 2골 차 이상으로 승리한다면 골득실에서 두 팀을 앞서게 돼 16강 진출이 가능해진다. 물론 멕시코-스웨덴전 결과에 따라 생길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이보다 더 많다. 한국이 독일에 이기고 멕시코가 스웨덴에 이긴다는 전제하에 몇 골 차로 이기냐가 한국의 16강 진출을 판가름할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멕시코가 스웨덴을 2골 차 이상으로 꺾어 줄 경우다. 이 경우 세 팀이 나란히 1승2패가 되는데, 한국이 독일에 1골 차로 이긴다고 해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독일이 골득실 -1, 스웨덴이 골득실 -2가 돼 최하위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경우의 수는 복잡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무조건 독일을 잡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독일 덕분에 16강 진출의 꿈을 다시 꾸게 된 신태용호가 희망을 준 독일을 꺾고 16강에 진출하는 시나리오다. 의기소침한 채 마지막 독일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생각을 하던 선수들에게도 죽기 살기로 뛰어야 할 뚜렷한 동기가 생겼다.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의 '전차군단' 독일이다. 조별리그 1차전 멕시코와 경기서 상대의 철저한 분석에 당해 0-1로 패하긴 했지만, 독일은 원래 '슬로 스타터'로 불렸던 팀이다. 21세기에 들어와서 그 기질이 조금 약해지긴 했지만, 실제로 2차전 스웨덴전의 경기력은 분명히 1차전보다 더 올라와 있었다. 한국전에선 경기력이 더 좋아질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독일은 16강에 진출하기 위해 무조건 다득점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을 상대로 총공세를 펼칠 확률이 높다. 이는 스웨덴전이 끝난 뒤 요아힘 뢰브(58) 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이 "오로지 한국전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이유기도 하다.
신태용호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독일 수비의 주축인 제롬 보아텡과 마츠 훔멜스(이상 30·바이에른 뮌헨)가 각각 경고 누적 퇴장과 부상으로 한국전에 나설 수 없다는 점이다. 여기에 스웨덴전에서 안드레아스 그란크비스트(33·크라스노다르)의 발에 맞아 코뼈가 부러진 미드필더 세바스티안 루디(28·바이에른 뮌헨) 역시 출장 여부가 불투명하다. 반면 한국은 김신욱(30) 이용(32·이상 전북 현대) 황희찬(22·잘츠부르크) 정우영(29·비셀 고베) 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 김영권(28·광저우 에버그란데)이 경고를 한 장씩 받았지만 퇴장당한 선수는 없다. 중원 사령관 기성용(29·스완지 시티)은 왼쪽 종아리 부상으로 독일전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로스토프나도누(러시아)=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