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사장 정세현)은 제20회 한겨레통일문화상 수상자로 평창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선정했다고 10일 밝혔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단일팀은 얼어붙고 메마른 남북관계를 녹이고 일촉즉발의 한반도에 화해와 평화의 정신을 실현했다"고 선정 이유와 배경을 설명했다. 시상식은 오는 17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열린다.
올초까지만 해도 한반도 정세는 전쟁위기설로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지난해 미국이 ‘최대의 압박과 관여’를 통해 북한을 비핵화하겠다면서 군사적 선택을 내비치면, 북한은 미국도 결코 무사할 수 없을 것이라며 초강경 맞불을 놓았다. 북한에 대한 제한적 공격을 뜻하는 ‘코피작전’이나 김 위원장 제거를 뜻하는 ‘참수작전’을 거론하는 목소리까지 불거졌다. 미국과 북한의 `말 전쟁‘은 시간이 갈수록 거칠어졌고, 전쟁위기설이 한반도를 휘감기 시작했다.
대전환의 계기는 평창겨울올림픽이었다. 험악했던 정세를 반전시킨 것은 평창겨울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어낸 남북관계의 진전이었다. 평화올림픽의 상징은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었다. 지난 2월 평창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 북측 선수 12명이 합류해 총 35명(남측 23명, 북측 12명)의 단일팀을 꾸렸다.
단일팀 경기 성적은 5전5패로, 1승도 거두지 못했지만 단일팀은 평창겨울올림픽 기간 내내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AFP통신은 “단일팀이 남북한을 위한 역사를 만들었다. 두 코리아 간 화해를 위한 이례적인 순간을 끌어냈다”고 전했고, 중국의 신화통신도 “경기는 졌지만, 평화가 이겼다”고 보도했다.
평창겨울올림픽 개회식 주제가 `행동하는 평화‘였다. 개회식에서 남측 박종아 선수와 북측 정수현 선수가 높고 가파른 120 계단을 성화봉을 맞잡고 올라가 최종주자 김연아 선수에게 전달했다. 이 장면은 남과 북이 모든 난관과 편견을 이기고 평화와 번영, 통일이란 목표에 이르겠다는 우리 민족의 굳건한 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단일팀 남측 한수진 선수(포워드)는 미리 제출한 수상소감을 통해 “처음엔 걱정이 앞섰다. 대회 개막을 코 앞에 두고 낯선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 선수는 “첫 만남은 서먹했고 말을 트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젊음과 하키란 공통점이 있는 우리는 금새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한 선수는 “돌아가는 날 언니들 울지 말라며 씩씩하게 격려해주며 손 흔들었던 북쪽의 동생들이 많이 그립다. 평양에 오면 옥류관 냉면 100그릇 사주겠다던 충금이가 머지 않은 장래에 약속을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겨레통일문화상을 북으로 떠난 동생들이 남아 있는 언니들에게 보내준 큰 선물로 알고 감사히 받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