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다린 러프, KIA 로저 버나디나, SK 제이미 로맥, KT 로하스 멜 주니어는 기량이나 성적을 유지했다. 로맥은 발전했다. 지난해 0.242에 그쳤던 타율이 올해 0.322까지 올랐다. 장타 생산 능력도 여전하다. 몸값 협상이 변수가 되겠지만 이들 모두 무난히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할 전망이다.
그러나 나머지 3명은 얘기가 다르다. 외인 타자는 소속팀 공격에 중심이 돼 줄 것으로 기대받는다. 이들은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 5위 수성을 노리는 넥센은 마이클 초이스가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했다. 89경기에서 타율 0.260·16홈런·59타점을 기록했다.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는 1.40에 불과하다. 월간 타율이 3할을 넘긴 때가 없다. 2할6푼이 실력이라는 얘기다. 삼진은 72개를 당했고, 볼넷은 32개만 얻어 냈다. 선구안도 좋지 않다. 다른 외인과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6연패 기로였던 지난 21일 NC전에서 그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이택근을 우익수로 돌리고 좌익수는 김규민을 내세웠다. 초이스 대신 국내 타자로만 구성한 타선의 득점 생산력이 더 높다고 본 것. 이날 넥센은 6-3으로 승리하며 연패를 끊었다. 초이스는 대타로도 나서지 않았다. 이튿날 경기에서도 넥센은 초이스 없이 이겼다. 다가올 순위 경쟁에서도 초이스의 입지는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NC는 10개 구단 가운데 팀 타율(0.252)이 가장 낮다. 소속 외인 타자 재비어 스크럭스는 평균을 깎아내리는 타자다. 94경기에서 0.248에 그쳤다. 홈런은 17개를 때려 냈고, 타점도 팀 내 1위다. 그러나 다른 팀 4번 타자와 비교해 보면 초라한 기록이다. 삼진은 99개를 기록했다.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다. 3번 나성범과 시너지 효과도 미미하고, 후속 타선에는 우산효과를 주지 못한다. 지난해 입성한 그는 타율 3할, 35홈런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로 돌아간 에릭 테임즈의 빈자리를 메웠다. 올해는 NC의 최하위 추락에 원인으로 평가된다.
롯데 앤디 번즈는 애매하다. 지난 5월까지 2할3푼대 타율에 그쳤다. 장점이던 수비 능력도 발휘되지 않았다. 평범한 타구를 처리할 때도 실책이 나왔다. 집중력 부재가 의심됐다. 그러나 6월 이후 타격감이 좋아졌다. 39경기에서 타율 0.343·13홈런을 기록했다. 타점(30점)도 같은 기간 롯데 타자 가운데 가장 많다. 어느새 3할 타율에 다가섰다. 지난해도 '슬로 스타터' 면모를 보여 줬다.
경기력에 기복이 있는 선수다. 다른 외인 타자보다 공격 기여도가 떨어진다. 이름값 높은 타자가 많은 롯데 타선이지만,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외인 타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젊은 내야수가 성장을 유도해야 하는 내부 사정도 고려될 전망이다. 번즈도 세 번째 시즌을 장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