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구단은 지난 20일 "손흥민이 다음 달 11일 열리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2018~201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1부리그) 개막전에 출전한 뒤, 아시안게임 참가를 위해 인도네시아로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손흥민의 조기 차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구단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 속하지 않은 아시안게임에 소속 선수를 보내 줄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손흥민은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인도네시아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다. 대표팀 소집일은 8월 9일이지만, 자카르타-팔렝방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개막은 8월 14일로 예정돼 있다. 손흥민은 FIFA 랭킹 1위 독일과 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에서 2-0 승리를 확정하는 쐐기골을 박은 한국 축구의 에이스다. 김학범 감독은 손흥민을 일찌감치 와일드카드(24세 이상)로 낙점했다. 아직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그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고 병역 특례 혜택을 받아야 해외에서 꾸준히 뛸 수 있다.
가장 큰 고민이었던 손흥민의 조기 합류가 결정됐지만, 김 감독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최근 1년간 쉼 없이 달려온 선수를 곧바로 경기에 출전시킬 순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지난달 29일 러시아월드컵을 마치고 귀국한 뒤 지난 16일 토트넘에 복귀했다. 2017~2018시즌과 프리 시즌 사이에 겨우 2주 정도만 휴식을 취한 셈이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소속팀에서 리그와 컵대회를 포함해 총 53경기를 뛰었다. 말 그대로 살인적인 경기 일정이다. A매치 14경기(비공개 경기 포함)까지 더하면 무려 67경기에 나선 셈이다. 예년 같으면 시즌 이후 6~7월 두 달간 충분히 쉬며 피로를 풀고 컨디션을 끌어올리지만, 올해는 러시아월드컵에서 뛰느라 그 기회를 놓쳤다.
손흥민은 벌써 22일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브렌트포드전을 통해 프리 시즌 첫 경기를 뛰었다. 토트넘이 미국에서 열리는 인터내셔널챔피언스컵(ICC)에 참가하기 때문에 대표팀 합류 전까지 최대 3경기를 더 뛸 수 있다. 토트넘은 AS 로마(이탈리아·26일) 바르셀로나(스페인·29일) AC 밀란(이탈리아·8월 1일)을 차례로 만난다. 상대가 스페인과 이탈리아 리그를 대표하는 강호들과 대결인 만큼 손흥민의 출전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영국-미국-한국을 오갈 장거리 여행 탓에 시차도 뒤죽박죽이 된다. 자칫하다 선수를 혹사시킬 수 있다는 지적 때문에 김 감독은 투입 시기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김 감독은 22일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을 뛰고 오면 이동에 따른 피로 때문에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1차전을 뛸 수 없다"며 "황희찬과 이승우가 공격진 역할을 맡아 줘야 하는데 이들마저 아직 합류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계속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안은 또 다른 와일드카드 공격수 황의조(감바 오사카)다. 그는 이번 대표팀 논란의 중심이다. 축구팬들은 손흥민, 황희찬(잘츠부르크), 이승우(베로나) 등 정상급 공격진을 갖췄으니 나머지 와일드카드는 수비 경험이 많은 선수가 뽑히길 바랐다. 일부 팬들은 김 감독과 황의조가 성남 FC 시절에 사제지간이었다는 점을 두고 '의리 축구'라는 지적도 했다. 김 감독은 지난 16일 대표팀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성적을 반드시 내야 하는 상황에서 사적 감정으로 선수를 뽑는 건 말이 안 된다. 황의조는 현재 컨디션이 매우 좋다"며 발탁 이유를 설명했지만, 팬들의 우려는 잦아들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황의조가 골을 터뜨렸다. 22일 시미즈 S펄스전에 나선 그는 시즌 13호 골(리그 8호)을 기록했다. 그는 이 득점으로 당당히 득점 3위를 달렸다. 황의조가 위력적인 득점력을 유지하는 만큼 김 감독은 남은 기간 손흥민과 황의조의 역할 분담과 공생 방법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황의조는 "차출을 허락해 준 구단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떠나게 된 만큼 제대로 된 결과를 남기고 복귀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