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비상이 걸렸다. LG 차우찬(31)의 '구속'이 믿기 힘들 정도로 떨어졌다. 이유는 뭘까.
24일 잠실 삼성전에 선발 등판한 차우찬의 직구 최고구속은 시속 142km다. LG 전력분석 자료에 따르면 94구 중 44.7%(42구)을 차지한 직구 구속은 시속 131~42km 사이에 형성됐다. 힘이 떨어진 5회 이원석을 상대로 던진 3구째 직구 구속은 시속 132km. 선발 맞대결을 펼친 삼성 양창섭의 슬라이더 구속(시속 124~33km)과 비슷했다. 구속은 스피드건 위치에 따라서 차이가 발생해 어느 정도의 오차 범위를 고려해야 한다. 구단마다 측정 결과도 다르다. 그러나 차우찬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건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세부 지표가 이를 증명한다.
확실히 힘이 떨어졌다. 차우찬은 전반기 마지막 등판(12일 잠실 SK전)에선 직구가 시속 146km까지 찍혔다. 그러나 후반기 첫 등판인 18일 고척 넥센전에선 최고 구속이 시속 143km로 직전 등판 대비 3km/h가 떨어졌다. 일시적 부진인 듯 했다. 하지만 삼성전에서도 구속을 회복하지 못해 난타 당했다. 시속 140km를 겨우 넘는 직구는 타자 입장에서 전혀 위력적이지 않다. 1회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에게 허용한 3점 홈런도 시속 142km 직구가 먹잇감이 됐다.
구속이 떨어지는 건 꽤 많은 이유가 있다. 너무 많이 던진 것도 원인이다. 2015년부터 4년 동안 617⅔이닝을 소화했다. 같은 기간 양현종(KIA·711⅔이닝) 유희관(두산·652⅓이닝) 윤성환(삼성·634⅓이닝)에 이어 국내 선수 중 네 번째로 이닝이 많다. 투구수를 따져보면 1만658구로 1만1377구를 던진 양현종 다음이다. 2015년 173이닝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고 지난해 175⅔이닝으로 개인 최고를 갈아치웠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선 팔꿈치에 통증을 느껴 원활하게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수직 릴리스 포인트다. 쉽게 말해 공을 놓는 지점이다. 기록 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차우찬의 지난해 직구 상하 릴리스 포인트는 평균 174.49cm다. 그러나 24일 삼성전에선 181.14cm(최대 192.09cm 최저 170.71cm)로 나타났다. 약 7cm 정도가 올라간 것이다. 보통 힘이 들면 릴리스 포인트가 내려갈 것 같지만 차우찬의 경우엔 반대다. 수도권 A구단 기록 전문가는 "익스텐션(투구 때 발판에서 공을 끌고 나와 던지는 손끝까지 거리)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팔꿈치가 좋지 않거나 토미존 서저리(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를 받은 투수들의 경우 보통 릴리스 포인트가 올라간다. 의도적으로 올렸을 가능성도 있지만 팔이 완전히 넘어오지 않은 결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15시즌 팔꿈치 수술을 한 다르빗슈 유(시카고 컵스)가 비슷한 케이스다. 2014시즌 수직 릴리스 포인트가 약 5.6피트(170.6cm) 안팎에 형성됐지만, 2016시즌 복귀해선 5.9피트(179.8 cm)까지 올라갔다. 최원호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투구를 할 때 어깨가 나오고 그 다음 팔꿈치와 손목이 나와야 하는데 팔꿈치가 아프면 어깨 힘이 과도하게 쓰이는 경우가 있다. 어디가 좋지 않다는 걸 느끼면 본능적으로 편한 폼으로 던지게 되는데, 그게 기술과 경기력 저하로 이어진다. 폼을 변하게 만든 원인이 팔꿈치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절 가동 범위 등을 체크해서 상태를 명확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일단 LG는 25일 고관절 통증을 사유로 차우찬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결과적으로 성적이 바닥을 쳤다. 7월에 등판한 4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13.75를 기록 중이다. 시즌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평균자책점이 6.17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27명 중 최하위다. 오는 8월에 열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좋지 않은 소식. 차우찬은 지난 6월에 발표한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왼손 투수 중에선 양현종과 함께 선발이 가능한 선수다. 그러나 계속된 부진 여파로 대회 활약에 물음표가 찍혔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