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즌 도미니카공화국 등 일부 외국인 선수의 몸값 상승과 시장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30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2018년 세법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직업 운동선수에 대한 원천징수 세율이 대폭 인상되는 내용이 담겨있다. 외국인 선수의 사업소득 원천징수 세율을 3%에서 20%로 인상하는 내용이다.
종전에는 각 구단은 외국인 선수의 계약 총액 가운데 원천징수세율 20%를 떼고 나머지 금액을 외국인 선수에게 연봉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2015년 3월 소득세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외국 국적을 가졌더라도 [국내에 머무르는 기간이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으로 인정되는 때]에는 ’거주자’로 간주, 대한민국 국민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의 모든 소득을 합산해 이듬해 5월 종합소득세를 신고해야 한다. 외국인 선수 대부분 5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이기 때문에 세금이 큰 폭으로 증가한다. 계약년도에 3%를 원천징수하고, 계약년도 이듬해에 전년도 소득분에 대해 종합소득세를 신고해 최대 40%의 세금을 더 내야한다. 즉 종전보다 외국인 선수가 내야할 세금이 2배 가량 늘어난 셈이다. 다만 2015년 시행령이 개정됐지만 최근에야 이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본지는 지난 5월초 [외인택스 파문] 기획을 통해 이 문제점과 영향에 대해 집중 분석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세금 실효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A 선수가 2018년 특정팀에서 활약한 뒤 재계약에 실패했다고 가정해보자. 고국으로 돌아간 뒤 2019년 5월, 국세청을 통해 종합소득세 신고를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 경우 탈세자로 처리되겠지만 특별한 제재 수단은 없다. 당시 국세청 관계자는 "사실 외국인 선수가 (재계약을 하지 못해 1년 만 뛰고 떠날 경우)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지 않아도 막을 방법이 없다. 다만 법적으로는 출국 전날 소득세 신고를 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받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다"고 인정했다. 오히려 과세 실익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에 세법개정안을 심의·의결하며 외국인 선수의 세금 미납부 가능성을 사전 차단했다. 원천징수세율을 3%에서 20%로 높여 안정적인 세수 확보 방안을 마련했다. 적어도 2015년 이전과 같은 세수를 확보하고, 해당 외국인 선수가 종합소득세 신고 의무를 따르는 경우 기존보다 더 많은 세금을 얻게된 셈이다.
이는 외국인 선수의 몸값과 시장 지각 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요인이다. 현재 미국 출신 선수는 한-미 조세협약에 따라 세금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한국에서 많은 세금을 내며 자국에서 적게 내고, 한국에서 적게 내면 미국에서 추가로 납부해오고 있다.
다만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선수는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양국 간에 따로 협약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국에 돌아가더라도 따로 세금을 내지 않는다. 한국과 출신 국가 간에 조세협약 유무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올해 KBO 리그에서 뛴 외국인 선수 33명을 살펴보면 미국이 22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이 6명으로 많다. 그외 대만·네덜란드· 베네수엘라·, 캐나다· 쿠바 등 기타 5명이다.
하지만 정부는 세수의 증가와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시행령의 헛점만 보완했다. KBO와 구단 입장에선 원청징수율을 20% 중-후반대로 현행보다 더 높이더라도 종합소득세 신고 의무를 줄여 정부의 안정적인 세수 확보와 동시에 외국인 선수 세금이 다소 줄어드는 방안을 희망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측에서 "특혜로 비춰질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모 구단 관계자는 "도미니카공화국 등 일부 국가 선수의 경우 더 많은 몸값을 요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외국인 선수 시장에 바뀐 시행령에 관한 소문이 퍼져있는 만큼 향후 더 많은 연봉과 계약조건을 요구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 KBO 관계자는 "도미니카공화국 등 일부 선수의 경우 (기존의 총액 규모라면 굳이) 한국 무대에서 안 뛰려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