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충남 천안에서 ‘현금 2억원’을 훔쳐 달아난 현금수송업체 직원의 행방이 나흘째 오리무중이다. 경찰이 연고지 등에 형사를 보내 소재를 파악하고 있지만, 용의자가 휴대전화를 끊고 잠적해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건 7일 오전 8시47분쯤. 현금수송업체 직원인 정모(32)씨는 동료 직원 2명과 함께 현금 2억3000만원을 싣고 천안시 서북구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 도착했다. 동료 직원 2명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현금 3000만원을 채우러 간 사이 정씨는 차량에 남아 있던 현금 2억원을 들고 달아났다.
도주에는 미리 준비한 자신의 SM7 차량을 이용했다. 정씨는 범행 전날인 6일 오후 10시쯤 대형마트 주차장에 자신의 차량을 미리 주차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평소 현금수송 차량이 주차하는 공간과 멀지 않은 자리였다.
ATM에 현금을 채우고 돌아온 직원 2명은 정씨가 현금 2억원을 들고 달아난 사실을 회사에 보고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2시간 20여분이 지난 오전 11시 10분이 돼서야 경찰에 신고했다. 정씨가 범행 장소인 천안을 벗어난 시각이었다.
업체 측은 “직원들의 보고를 받고 회의를 거쳐 신고하느라 시간이 지체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정씨가 아산시 둔포면을 지나 경기도 평택 방면으로 달아난 것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정씨의 차량은 둔포면을 마지막으로 추가 이동 경로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범행 장소와 25㎞가량 떨어진 곳이다. 전국으로 정씨 차량을 수배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가 해외로 달아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출국 금지했다.
경찰은 정씨가 CCTV가 없는 한적한 도로나 산길 등에 차량을 버리고 택시를 타거나 걸어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차량의 번호판을 바꿔 달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그가 평택 인근에 은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과 현금수송업체는 정씨가 입사 당시부터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범행 이틀 전인 지난 5일부터 휴대전화 전원을 끄기도 하고 ‘금고 열쇠 2개를 각각 보관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자신이 열쇠를 모두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정씨는 다른 현금수송업체에 근무하다 2~3년은 다른 업종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현금을 훔친 업체에 입사한 지는 한 달 남짓에 불과하다. 경찰은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직원 2명의 공모 여부를 조사했지만,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도로는 물론 도심의 방범용 CCTV, 민간 CCTV까지 활용해 광범위하게 행방을 추적 중”이라며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잠적하면 검거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