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 연관 검색어만 봐도 알 수 있듯, 논란 속에 살고 있는 남태현이 온갖 속 깊은 이야기를 다 하는 취중돌 인터뷰에 응한 점에서 놀랐다. 24시간 내내 예민하고 까다로울 것 같은 이미지가 인터뷰 동안 어느새 증발해 버려 또 한 번 놀랐다. 말을 유창하게 잘한다는 것만으로 선입견을 깨고 반전 이미지를 어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남태현은 언변도 좋았지만, 솔직한 이야기로 공감을 샀다. YG엔터테인먼트에서 나와 소속사 사우스바이어스클럽을 대표로 이끌며 빚을 지고 있는 상황, 남태현이 2016년 YG엔터테인먼트와 그룹 위너에서 나와 꾸린 밴드 사우스클럽의 음악 기저에 우울함과 외로움이 깔린 이유, 시끌벅적했던 열애설 등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도 피하지 않고 진솔하게 답했다. 투박한 말투에 핏기 없는 표정, 뭘 해도 예의 없어 보인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고, 심지어 이 점을 '왕따'라는 사우스클럽 곡 가사에도 녹여냈던 남태현. 비록 표현은 서툴지 모르지만, 대중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싶은 그의 마음이 인터뷰 내내 느껴졌다. 절박함과 책임감이 그를 변하게 한 듯했다.
- 인터뷰도 하고 음악 방송도 많이 하고,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의지가 엿보여요. "마니아들만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싶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음악을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자리라면 언제든지 나가고 싶어요. 또 지금은 그냥 활동하는 것 자체, 스케줄이 있는 것 자체만으로 감사해요. 예전엔 사실 매일 스케줄을 하면서 힘들었거든요. '스케줄이 없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어요. 근데 지금은 오히려 매니저 형들한테 제발 스케줄을 잡아 달라고 해요. 그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아니까 작은 기회가 다 소중해요. 지금은 워커홀릭처럼 일하고 싶고 대중을 많이 만나고 싶어요."
- 최근 유럽 투어를 하고 왔죠. "내가 듣는 음악, 영감을 가장 많이 얻는 음악이 대부분 영국이나 유럽 쪽 음악이 많아요. 그래서 그런지 유럽 공연 제안이 들어왔어요. 4개 도시를 10일 정도 일정으로 다녀왔어요. 한 공연당 400~500명 정도 관객이 있었어요. 호응이 굉장히 공격적이면서도 좋았어요."
- 위너 때랑 달리 혼자 보컬을 담당하는데 부담감은 없나요. "처음엔 부담이 됐죠. 목이 굉장히 약한 편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9개월간 연습을 많이 했어요. 지금은 샤우팅 창법을 많이 써도 괜찮아요. 미성으로 발라드를 부르는 데 특화돼 있었는데 샤우팅을 하다 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창법이 더 늘어났어요. 녹음하면서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스스로도 느껴요. 또 운전을 많이 하는데 운전할 때 노래를 엄청 불러요. 그런 게 쌓여서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 다작하는 편이죠. "노력에 의한 다작이에요. 나는 부암동에 살아요. 그 생소한 동네에 사는 이유는 동네에 김환기 화백의 미술관이 있어요. 그분에게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아티스트인데 마치 회사원처럼 9시간 동안 작업하는 분이었죠. 그분처럼 규칙적이지 않더라도 직업이니까 싫어도 꾸준히 또 자주, 많이 음악 작업을 해야 한다는 마음이 크기도 하고 그렇다 보니 써 둔 곡이 많기도 해요."
- 여가엔 뭘 하고 지내나요.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게 제일 큰 고민이라면 고민일 수 있어요. 일이 없을 때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게을러서 배우는 것도 잘 안 해요. 단 하나, 테니스를 해요. 강아지들과 산책하기도 하고, 술 마시고, 그러죠."
- 자작곡 중 달콤한 사랑 노래가 없는 이유는 뭔가요. "사랑을 안 하고 있어서일 수도 있지만, 간지러운 곡은 못 쓰는 것 같아요. 또 아무리 나한테 영향을 준 여자가 있어도 결국 사랑하는 동안에도 외로움이 깔려 있고, 결국 외로운 내 이야기로 음악과 가사가 풀리더라고요."
- 곡을 보면 사람에 대한 믿음이 크지 않은 것 같고, 우울한 분위기가 많아요. "내가 까다로울 것 같다고 생각하는 이미지로 인한 피해 의식이 좀 커서 사람 관계에 어려움이 많아요. 초등학생 때 따돌림당한 경험이 있어서 사람에 대한 싫은 감정이 생기기도 했고요. 또 우울한 가사가 많은 건 내가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이 외로움이기 때문이에요. 어린 시절에 겪은 왕따 사건도 있고, 가족사도 있어서 외로움이 큰 편이에요."
- 현재 행복 지수는. "10점 만점에 5점이요. 내 기준엔 높은 점수예요. '행복이라는 감정이 뭘까'를 많이 생각하는데 위너 때 더블 타이틀곡이 1, 2위를 할 때도 행복한 감정보다 불안한 감정이 컸어요.'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을 읽고 많이 좋아졌어요. 양극성장애도 있고 여러 가지 결함도 있지만 이런 걸 완전히 없애고 싶지 않아요. 음악에 도움이 되거든요. 예전엔 그런 정신적인 결함이 컨트롤이 안 됐기 때문에 문제였는데 요즘엔 컨트롤이 되기 때문에 아티스트로서,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결함과 아픔을 가진 게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 사우스클럽 음악이 지향하는 바는 뭔가요. "누가 들어도 좋은 음악을 하는 거요.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고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다시 들어도 좋은 음악을 하고 싶어요. 또 우리는 즉흥적인 밴드예요. 세트리스트도 공연할 때마다 다르죠. 무대 위에서 짜인 각본은 하나도 없어요. 곡의 장르도 제한하고 싶지 않아요. 자유롭게 또 다채로운 음악을 하고 공연을 많이 하고 싶어요."
- 사우스클럽으로 얻고 싶은 목표는 뭔가요.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그룹이 되고 싶어요. 5만 명 규모로 단독 콘서트를 할 수 있는 밴드가 되고 싶어요. 꿈을 크게 가지는 건 좋은 거니까요. 일단 향후 3년 안에 1만 명을 채울 수 있는 그룹이 되고 싶어요. 꾸준히 하면 언젠가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