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남자 축구대표팀 에이스 손흥민(26·토트넘)이 대한축구협회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밝힌 각오다. 이번 대회 최고 스타로 손꼽히는 손흥민이 아시안게임 데뷔를 앞두고 어떤 마음가짐인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대회는 거의 손흥민의, 손흥민에 의한, 손흥민을 위한 무대다. 개막 전부터 ‘대회를 빛낼 최고 스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인도네시아 현지매체 ‘자카르타 포스트’는 지난 14일 ‘아시안게임 최고 스타 5인’을 선정, 발표했다. 한국에선 손흥민이 유일하게 포함됐다. 이 매체는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독일을 무너뜨린 골을 넣은 선수”라고 소개한 뒤 “4년 전처럼 한국이 남자축구 금메달을 딴다면 손흥민은 병역을 면제받는다. 소속팀 토트넘은 이를 계산한 도박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손흥민 외에도 중국 육상 단거리의 간판 쑤빙톈(29)과 일본 배드민턴 스타 켄토 모모타(24), 싱가포르 수영 영웅 조셉 스쿨링(23), 말레이시아 스쿼시 여왕 니콜 데이빗(35)을 최고 스타로 꼽았다. 지명도나 주목도에서 손흥민은 군계일학이다. 유럽 축구의 인기가 높은 인도네시아에서 손흥민은 ‘수퍼스타’다. 14일에는 반둥의 축구대표팀 훈련장에 현지의 토트넘 팬들이 몰려와 ‘손흥민 응원가’를 불러 화제가 됐다. 심지어 E조 조별리그 첫 상대였던 바레인 팀 매니저마저 “한국은 손흥민이 있어 금메달을 딸 수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손흥민은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가 15일 발표한 세계 축구선수 이적 시장 가치 자료에서 이적료 9980만 유로(1284억원)로 평가받았다. 지난달 9310만 유로(1198억원)에서 90억원 가까이 올랐다. 프리미어리그 톱 클래스 공격수이자 ‘1억 유로의 사나이’가 FIFA 의무 차출대회가 아닌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자 유럽축구계도 주목한다. 특히 손흥민의 병역의무와 맞물려 전해지면서 관심이 높아졌고, 유럽 매체들도 이와 관련한 분석과 전망을 전했다.
독일의 스포츠 전문매체 ‘슈포르트’는 15일 “손흥민이 금메달을 못 따면 토트넘과 2023년까지 연장한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병역법상 2019년 여름부터 2021년 봄 사이 입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상세히 전했다. 이 매체는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주급 9만5000유로(1억2200만원)를 받는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내년 이맘때쯤 월 240유로(30만원)를 받는 군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자신의 앞날을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운명이다. 이 때문에 아시안게임에서 그의 역할과 활약에 관심이 쏠린다. 김학범(58)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밝힌 ‘손흥민 활용법’의 핵심은 ‘시간 조절’과 ‘최전방’이다.
지난달 국내 소집훈련 당시 김 감독은 손흥민의 출전과 관련해 “절대 무리할 생각이 없다”며 “손흥민은 오프시즌에 월드컵 본선에 출전했고, 이후엔 소속팀의 프리시즌 일정을 소화하느라 미국과 영국을 바쁘게 오갔다. 조별리그부터 무리해 출전시키진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별리그에서 손흥민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게 한 뒤 16강전 이후 본격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전술적으로는 손흥민을 측면보다 최전방에서 활용할 계획이다. 혼자 골을 만들 수 있는 만큼, 공격 전술의 틀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기본적으로는 황희찬(22·잘츠부르크), 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 황의조(26·감바 오사카)와 협력플레이를 하되, 그 판단은 손흥민에게 맡기는 식이다. 김 감독은 “수비수에게 약속된 움직임과 조직력이 중요하다면, 공격수에겐 본능과 순간적인 판단이 우선”이라며 “손흥민 정도면 그라운드에 풀어만 놔도 알아서 먹잇감을 물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여론도 손흥민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 병역 고민 없이 유럽에서 활약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심지어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야구대표팀 엔트리에서 (선발 논란에 휩싸인) OOO 선수를 빼고 손흥민을 포함해 대주자로 기용해서라도 금메달을 따게 해주자”는 댓글까지 등장했다.
시즌 성적보다 병역 미필 선수 위주로 엔트리를 짠 야구대표팀에 대한 비판과 태극마크를 달고 헌신했던 손흥민에 대한 팬심이 섞인 반응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