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대표팀 외야수 이정후(20)는 등번호로 17번을 선택했다. 절친이자 축구 대표팀의 기대주인 이승우도 같은 번호를 달았다. 두 선수가 마음을 맞추고 실현한 것이다.
대표팀의 첫 소집일인 18일 잠실구자에서 진행된 첫 훈련이 끝난 뒤 이정후를 만났다. 그가 같은 등번호를 선택한 배경을 전했다. 현재 소속팀 번호는 51번. 일본 야구 영웅 스즈키 이치로와 같다. 원래 대표팀에서도 51번을 원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13일 최종 엔트리 변경 때 합류한 선수. 지난 6월에 발탁된 투수 최충연이 51번을 달고 있었다.
17번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이정후는 "한 번 달아보고 싶었다"고 했다. 배트를 잡은 잡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7'이 들어가는 등번호를 달았다고. 마침 이승우도 17번을 달고 있다고 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두 종목의 기대주들이 같은 등번호를 달고 한국의 금메달을 노리는 것이다.
진정한 국가대표 대표팀에 감회도 전했다. 그는 "긴장이 되는 건 아니지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다른 팀 선배들과 함께 하다 보니 지난해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와는 느낌이 다르다"고 전했다. 임기영, 김하성, 함덕주 등 APBC에서 한솥밥을 먹는 동료들이 있지만 아무래도 처음 경험하는 'A 대표팀'은 분위기가 달랐던 것.
후반기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다. 왼쪽 어깨 부상으로 공백기를 가지고도 7월 이후에만 4할 6푼 대 타율을 기록했다. 이내 규정 타석을 채웠고 시즌 타율 0.378를 기록하며 타율 부문 1위까지 올라섰다. 그리고 박건우(두산)이 부상을 당하며 대표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선동열 대표팀 감독은 "후반기 가장 뜨거운 선수다. 주전으로 활용할 것 같다"고 전했다.
6월에 발표된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을 땐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탈락 자체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부족했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며 자책했다. 다시 기회가 찾아왔고 잘 하고 싶다. "나라를 대표하는 만큼 책임감이 생긴다. 나이가 어린 만큼 젊은 패기로 잘 해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