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표팀은 '고참' 라인도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1987·1988년생을 주축으로 재편됐다. 존재감이 컸던 선수들의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
최근 치러진 국제 대회까지는 1982년생 동기생들이 대표팀의 구심점이 돼 줬다. 이대호(롯데) 김태균·정근우(이상 한화) 오승환(콜로라도)이 그 면면. 실력뿐 아니라 리더십을 겸비한 선수들이다. 2017년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1년 후배 최형우(KIA)는 "그동안 선배들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실감했다. 워낙 중심을 잘 잡아 주고 있기 때문에 나는 지원사격을 맡고 있다"며 치켜세웠다.
이번 대표팀에 '82라인'은 한 명도 없다. 투수조 최고참은 1985년생 정우람, 야수조는 한 살 어린 박병호다. 고참 라인도 개편됐다. 김현수(LG) 양의지(두산) 이재원(SK) 황재균(kt) 등 2006년 리그 입단 동기생들이 주축이다. 양현종(KIA) 손아섭(롯데) 등 이들의 1년 후배인 1988년생 선수들이 뒤를 받친다.
82라인과 비교해 무게감이 떨어지지 않는다. 주장 김현수는 국가대표 10년 차, 양의지는 강민호(삼성)가 전유하던 '국대 포수'를 가져왔다. 이재원과 황재균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멤버들이다. 양현종은 2017 WBC부터 독보적 에이스, 손아섭은 이전 아시안게임부터 프리미어 12, WBC까지 메이저 대회에 빠지지 않고 출전했다.
고참 라인의 성향이 팀 분위기를 좌우한다. 저연차 선수의 의식과 행동까지 영향을 미친다. 사령탑 이하 코치진이 다가설 수 없는 영역도 있다. 대표팀도 다르지 않다. 많게는 열두 살까지 나이 차가 나고, 처음 손발을 맞춰 보는 선수도 있다. 그래서 87·88라인의 역할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중요하다.
일단 고참 라인은 준비됐다. 김현수는 "처음으로 국가대표가 된 2008 베이징올림픽에선 그저 형들만 따랐다. 이제 그동안의 경험을 후배들과 나눌 차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현종은 "잠시 전쟁을 멈추고 한 가지 목표로 뛰는 형, 동생이 됐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손아섭은 말보다 행동으로 귀감이 되는 고참이다. 황재균은 후배들이 스스럼없이 다가설 수 있는 '오픈 마인드' 선배다. 투수조까지 아울러야 하는 양의지와 이재원은 "공을 받아 보고 싶은 다른 팀 투수들이 있었다"며 후배 투수들의 의욕을 자극했다. 양의지와 김현수, 이들의 궁합도 좋다. 손아섭과 황재균은 현재는 다른 팀이지만 오랜 시간 한솥밥을 먹었다.
이미 최원태와 이정후·박치국 등 막내 라인이 "배우고 싶은 게 많다"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배팅 훈련 조는 나이 순서대로 나뉘어 있지만, 더그아웃과 그라운드 한쪽에서 이미 선후배의 치열한 야구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선동열호는 2020 도쿄올림픽 호성적을 겨냥한다. 새로 구성된 고참 라인은 2년 뒤에도 주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그들을 주축으로 단결력 향상과 바람직한 팀 문화 정착을 노릴 수 있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