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가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한 것에 비해 형량은 1년, 벌금은 20억원 늘었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김문석)는 24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2심 선고 공판을 열고 이 같이 판결했다. 지난 4월 6일 1심 선고가 이뤄진 지 140일 만이다.
1심 재판이 열리던 지난해 10월부터 재판을 ‘보이콧’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항소심 선고 공판에도 나오지 않았다.
이날 선고의 핵심쟁점은 433억원에 달하는 삼성그룹의 각종 출연‧지원금 중 법원이 어디까지를 뇌물로 인정하는가였다.
2심 재판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명시적으로 청탁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는 없다”며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 승계작업 등 묵시적 청탁만 성립한다”고 봤다. 제3자 뇌물죄가 성립되기 위한 ‘부정한 청탁’ 중 명시적 청탁은 인정하지 않고 묵시적 청탁만 인정한 것이다.
또 “국민연금과 삼성물산 합병 찬성에 박 전 대통령 지시와 승인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승계작업 청탁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에도 대가관계가 존재한다”면서도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은 부정청탁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삼성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비 등 각종 명목으로 건네거나 약속한 총 433억원 중 승마 지원에 들어간 72억9000여만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 16억2800만원을 뇌물로 인정한 것이다. 1심에서는 스포츠센터에 낸 후원금은 뇌물로 보지 않았다. 이로 인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량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뇌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박 전 대통령 선고공판 후에는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항소심 선고가 진행된다.
이날 선고를 끝으로 10월 초 선고될 것으로 예상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항소심을 제외한 국정농단 사건의 2심이 사실상 마무리된다.
사실관계를 둘러싼 법적 다툼은 모두 끝나고, 대법원에서 법리적인 쟁점을 두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일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