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체구, 낭랑한 목소리, 눈빛에도 묻어나는 애교. 배우 박보영을 처음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저 여인에게 반하지 않을 이 누가 있을까.
영화 '너의 결혼식(이석근 감독)'은 박보영의 매력을 크게 이용하지 않는 작품이다. 박보영이 연기하는 승희는 까탈스럽고, 애교라곤 없고, 자꾸만 우연(김영광)의 마음을 외면한다. 그럼에도 우연은 전국구로 승희만 찾아다니고, 관객은 박보영만 바라보게 된다. '너의 결혼식'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박보영이라는 배우가 가진 매력이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너의 결혼식'은 지난 22일 개봉해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흥행이 어렵다는 멜로 장르에 대작들과 경쟁하고 있음에도 기대 이상의 선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박보영을 첫사랑의 아이콘 대열에 당당히 올린다해도 큰 이의가 제기되지 않을 이유다.
-20대 마지막 교복 연기다. "지금처럼 잠깐 나오는 부분에서 입을 수 있겠지만, 이제는 내가 봐도 교복은 무리인 것 같다.(웃음) 이전에는 더 성숙해보이려고 노력했다면, 이제는 교복을 입고 어려보이는 방법을 찾는다."
-실제 첫사랑 기억은 어떤가. "좋아하는 감정은 너무 잘 알겠는데, 사랑하는 건 (모르겠다). 결혼한 언니에게 물어봤다. 언니가 '진한' 게 있다더라. 아직 그런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다. 눈물 쏙 빼고 절절한 헤어짐을 해본 적 없다. 처음 좋아했던 친구만 생각나지 첫사랑이라는 게 없었던 것 같다. 이번에 많은 경험을 했다. 승희처럼 하면 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처음 좋아했던 친구가 빛났던 게 아니라, 그 친구를 순수하게 좋아했던 내가 예뻤던 것 같다."
-큰 키의 남자배우들과 케미가 좋다. "상대적으로 체구가 너무 작다보니 효과가 크게 나는 것 같다. 관객 분들이 그걸 좋아해주시더라. 더 커보이고 남자 같은 느낌이 드니 상대 배우 분들도 좋아한다. 나는 매너다리에 익숙하다. 올려다보며 대화하는 게 익숙하다. 김영광에게 항상 '앉으세요. 앉아서 이야기해요'라고 했다. 근데 뭔가 감싸주고 싶은 그런 이미지가 된 건 별로 안 좋아한다. 그래서 '힘쎈 여자 도봉순' 같은 작품을 하면서 비뚤어진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도 여자를 누가 구해주면 '왜 저걸 구해주는 거야?' 이런 반응이 나온다. 현실에서 사람들이 자꾸 뭘 도와주려고 하면 '저도 할 수 있어요. 저 힘 세요' 이렇게 말이 나간다."
-이미지를 깨고 싶나. "곰곰히 생각해봤다. 항상 그런 역할을 한 것은 아닌데 왜 그렇게 봐주실까. 까탈스러운 역할도 많이 했다. 이제는 그냥 인정해야 하나 싶다. 어떻게 한다고 해서 바뀌는 부분이 아닌 것 같다. 도봉순처럼 연약하지만은 않고, 승희처럼 꼭 다 지켜주지 않아도 되는 그 정도 선에서 캐릭터를 선택하며 반항 아닌 반항을 하고 있다. 고민이 많았다. 다양한 걸 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어떻게 해도 그 이미지로 봐주신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한정돼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입버릇처럼 '(다른 이를) 죽이는 연기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떤가. "다 퍼주고 맞춰주는 스타일이다. 맞춰주는 게 맘 편한 스타일이다. 승희를 연기하면서 '이런 연애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안 맞춰줘야지. 하하. 연애 패턴을 고치고 싶다기 보다는 성격을 바꾸고 싶다."
-흥행 부담은 없나. "흥행 부담 없다. 자신이 있다는 게 아니라 더우니까 극장에 정말 자주 가시더라. 한 주마다 새로운 영화가 나오니까 극장을 자주 찾아주신다. 다 보시고 저희 영화도 봐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