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대회서 가로막힌 4강 문턱부터 통과해야 한다. 한국은 지난 28일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6강전에서 홈 텃세를 부린 인도네시아에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 준결승에 진출했다. 대표팀은 조별리그를 거친 뒤 부전승으로 4강전에 오른 대만과 30일 오후 6시30분(한국시간) 결승행을 놓고 다툰다.
한국 남자 배구가 가장 최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2006 카다르 도하 대회다. 당시에도 김호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신진식과 이경수·후인정·김요한 등 쟁쟁한 멤버를 자랑한 대표팀은 난적으로 평가됐던 이란·카타르를 연속으로 격파하고 결승에 진출, 중국을 물리치며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이후 한국 남자 배구는 국제 무대에서 고전했다. 2010 아시안게임과 2014 아시안게임에서 번번이 일본에 막혀 동메달에 그쳤다. 2000 시드니올림픽을 끝으로 지난 리우 올림픽까지 4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올해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는 출전 16개국 중 최하위에 머물러 하부리그인 '챌린저컵'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김연경을 앞세워 최근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는 여자 배구와 비교됐다.
이번 대회에선 행운도 따라 주고 있다. 한국은 대만과 네팔을 차례로 꺾고 D조 1위를 차지한 뒤 지난 25일 실시된 12강 토너먼트 추첨에서 유리한 대진표를 받았다. 결승 전까지 아시아권에서 강팀으로 꼽히는 이란·중국·일본을 모두 피하게 됐다. 9월 세계선수권에 대비해 1군 대신 2군으로 팀을 꾸린 국가도 있지만,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네 번째인 세계 랭킹 21위로, 이란(8위) 일본(12위) 중국(20위)보다 순위가 낮다. 김 감독은 "대진 운이 좋다"고 했다. 반대편에선 이란-카타르(35위)의 준결승으로 좁혀졌다. 대표팀은 4강전에 자신감을 갖고 나선다. 이미 예선 첫 경기에서 대만을 3-2로 꺾은 바 있다. 한 수 아래인 대만을 상대로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3-2로 이겼지만, 점차 손발이 맞아 들어가고 있다.
주장 문성민은 "대만과 예선 첫 경기를 워낙 어렵게 해서 선수들의 몸 상태를 걱정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선수들이 컨디션을 되찾고, 경기할수록 하나가 된다는 느낌"이라며 "아시아 팀 수준이 전반적으로 다 올라와 (대만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할 것을 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사실 대만은 어려운 상대다. 조금만 잘못 경기를 풀어 가면 예선에서도 그랬지만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며 방심하지 않았다.
국제 경쟁력을 잃어 가는 한국 남자 배구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목표 달성에 성공한다면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