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국민라면'이라고 하면 농심 '신라면'을 떠올리기 일쑤다. '사나이 울리는 매운맛'을 앞세워 수십 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그럴 만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신라면은 더 이상 철옹성이 아니다. '2등 라면'에 그쳤던 오뚜기 '진라면' 때문이다. 올해 신라면과 시장점유율 차를 3%대(봉지면 기준)까지 추격했다. 10년 전 두 제품의 점유율 차가 20% 이상 벌어졌던 것을 고려하면 매서운 속도다. 흡사 2006년 오뚜기 진라면 CF에서 배우 차승원이 했던 멘트 '이렇게 맛있는데 언젠가 1등 하지 않겠습니까?'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4일 일간스포츠가 1등 자리를 넘보는 2등 라면의 인기 비결을 듣기 위해 오뚜기의 라면전문가들을 만났다. 장수상 오뚜기 라면연구소 책임연구원과 김주원(41) 오뚜기 마케팅 팀장이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진라면의 인기 비결로 진한 국물 맛과 쫄깃한 면발을 꼽았다. 그러면서 신라면을 제치고 1위로 당당히 올라서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두 사람과 나눈 일문일답.
-진라면이 30살이 됐다. 장수 비결은. 장수상(이하 장): 진라면 개발 배경에 비결이 있다고 생각한다. 진라면은 깊고 진한 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해 출시됐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면발과 진한 쇠고기 국물이 소비자들에게 잘 어필된 듯 하다. 순한맛·매운맛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다양한 연령층에서 오랫동안 사랑 받은 비결이라 생각한다.
-그 동안 얼마나 팔렸나. 김주원(이하 김): 올해 6월까지 누적 판매량 50억개을 넘어섰다. 전 국민을 5000만명으로 봤을 때 국민 1인당 100개씩 소비한 셈이다.
-신라면을 거의 따라 잡았다. 김: 2009년 봉지면 기준으로 농심의 신라면이 25.6%, 오뚜기의 진라면은 5.3%의 점유율로 그 격차가 상당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올해 상반기 브랜드 점유율에서는 신라면이 16.9%, 진라면이 13.9%로 격차가 확연히 줄었다.
-농심과 경쟁이 심할 것 같다. 김: 오뚜기 라면은 지난 2012년 국내 라면시장에서 2위에 올라선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진라면 덕분에 2015년 시장점유율 20%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 5월에는 26.7%의 점유율로 3위(삼양식품)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며 선두 농심을 위협하고 있다. 농심과의 과도한 마케팅 경쟁 보다는 제품력 경쟁력으로 승부를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0년째 라면 가격을 안 올렸다. 싸서 잘 팔린다는 얘기도 있는데. 김: 식품 시장은 품질과 맛이 기반이 되지 않으면 낮은 가격이라고 해도 무조건 많이 팔릴 수는 없다. 10년 동안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오뚜기만의 경쟁력(생산)이 있어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좋은 품질과 맛의 제품을 착한 가격으로 판매하면 소비자들에게 더 사랑을 받지 않을까.
-진라면이 해외에도 진출했다. 현지 반응은. 김: 진라면은 현재 세계 40개국에 진출, 다양한 국가에서 사랑 받고 있다. 올해 현재 매출 순으로 미국, 필리핀, 중국, 캄보디아, 카자흐스탄, 호주, 대만, 베트남, 러시아, 홍콩 등에서 활약 중이다. 진라면의 선전에 힘입어 오뚜기 라면 수출액은 2016년 320억원에서 지난해 370억원으로 성장했다. 올 연말에는 450억원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 동안 진라면 맛을 3번 바꿨다. 기존 제품의 맛을 바꾸는 게 쉽진 않았을 텐데. 장: 과거 진라면은 맛이 순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변화가 필요했다. 하늘초 고추를 사용해 진라면의 매운맛을 강화하면서도 국물 맛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라면수프의 소재를 다양화 했다. 밀단백을 추가해 식감을 좋게 하기 위한 노력까지 라면 자체의 맛과 품질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현재의 모습으로 진화했다. 총 3번에 걸친 맛 개선으로 확실히 품질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2006년 차승원의 광고 멘트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어떻게 탄생했나. 김: 진라면의 품질에 대한 자신감과 도전의식을 어떤 포장을 하기보다 '솔직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당시 발언이 다시금 화제가 될 만큼 진라면의 판매량이 늘어서 개인적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차승원 외에도 수 많은 모델이 진라면 CF에 출연했다. 기억에 남는 모델은. 김: 2013년 모델을 했던 류현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뚜렷한 정체를 보이고 있는 국내 라면시장에서 메이저리그 스타 류현진을 전면에 내세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그 결과 '류현진~라면'으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되면서 당시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
-30주년인 만큼 특별한 마케팅을 준비할 것 같은데. 김: 최근 스페인 초현실주의 거장 '호안미로'와 아트콜라보를 시도한 '30주년 스페셜에디션'을 선보였다. 특유의 밝고 유쾌함, 무한한 꿈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힘이 있는 호안미로의 작품 이미지를 진라면에 접목해 진라면의 밝고 즐거운 이미지를 더욱 부각하면서 앞으로의 새로운 도전을 나타내고자 했다. 또 30주년 에디션 출시에 맞춰 9월부터 새로운 광고 및 다양한 온·오프라인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진라면이 어디까지 성장할 것 같나. 김: 2006년 차승원의 광고 멘트 '언젠가 1등하지 않겠습니까?'처럼 1위 제품으로 등극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진짜로 1등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진라면을 맛있게 먹는 비법이 있다면. 장: 진라면은 그대로 먹어도 맛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진라면은 계란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