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S] 유재명 '봄이가도', 세월호를 기억하는 세가지 방식[종합]

영화 '봄이가도'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세 가지 방식을 스크린에 담았다. 

6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봄이가도(전신환·진청하·장준엽 감독)'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봄이가도'는 딸을 애타게 기다리는 엄마, 운 좋게 홀로 살아남은 이, 아내의 흔적에 허탈한 남편 등 봄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찾아온 기적 같은 하루를 담아낸 영화다. 세월호 참사 그 후를 소재로 한 작품. 유재명·전미선·전석호·김혜준·김민하·박지연 등이 출연한다.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다. 첫 이야기에서는 전미선이 등장해 딸을 보내고 남은 엄마의 '그 후'를 그린다. 유재명이 주인공을 맡은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참사 구조 활동 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남자의 '그 후'가 담긴다. 마지막 세번째 이야기에서는 아내를 보낸 남편의 '그 후'가 그려진다. 살아남은 이의 아픔과 그럼에도 이겨내야하는 이유, 희망적인 미래의 메시지를 남긴다. 

'봄이가도'는 2년 전에 기획됐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게 '이제 그만하라'는 외침이 닿았을 때다. 누군가는 노란 리본을 달지만, 또 누군가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그 리본을 바라보던 때다. 때문에 세월호 참사는 영화라는 대중적 매체에 담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소재였다. 그럼에도 이들은 '봄이가도'를 만들었다. 

장준엽 감독은 "세월호 2주기 여름쯤 이 영화를 기획했다. 사회적으로 분열이 가장 심했던 시기다. '그만하라'는 말이 나왔던 때다. 각자의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다. 증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우리가 영화를 통해 작은 희망을 던질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서 영화를 기획하고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저예산 영화이지만 유명 배우들이 여럿 출연한다. 세간에 얼굴이 알려진 배우들에게 '봄이가도' 출연 결심은 절대 쉽지 않다. 세 배우들과 연이 있는 배우 전석호가 앞장서서 유재명과 전미선 등을 설득했다고. 영화가 가진 뜻에 공감한 배우들도 선뜻 손을 잡았다. 

유재명은 "직업이 배우다보니 작품을 만나서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세계를 잘 표현해야 한다. 작품이 가지고 있는 배경이 있기에 조심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각자의 몫으로, 신념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우리도 각자의 이유로 연기를 하고 있다. 배우가 해야할 몫이라고 생각했다. 적극적인 방식도 있을 수 있을 것이고, 응원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을 텐데 배우가 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부담감이 있었지만, 영화가 가지고 있는 진솔함이 있었기에 의미있는 작업이었다"며 "배우의 숙명 같다"고 밝혔다. 

'봄이가도'는 전석호가 있기에 가능한 영화다. 세 신인감독과 선배와 후배 배우들을 모아 '봄이가도'를 완성했다. 전석호는 "지금 살고 있는 시기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우리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진실을 밝힌다거나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말하는 영화는 아니다. 느끼는 만큼, 우리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기록한 영화다"고 말했다. 

'봄이가도'는 오는 13일 개봉한다. 

박정선 기자 [e-mail]
사진=김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