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때문에 너무 괴로워요" "치료법은 있는 건가요" "보습제도 꾸준히 바르는데 왜 안 낫는 건가요?"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의 아우성이다. 환절기 피부가 건조해지면 더욱 심해지는 아토피를 가벼운 피부병쯤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보기 흉한 부스럼에 참기 어려운 가려움은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자살 충동마저 느끼게 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최근 영·유아기에서만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 성인들도 아토피에 걸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표준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다. 환자들은 답답한 노릇이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피부염과 함께 아토피피부염을 연구하고 치료해 온 손상욱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교수는 희망을 얘기한다. 손 교수는 '피부 표면 윤곽의 형태학적 연구를 통한 아토피피부염 중증도 목표 평가' 등 SCI(과학기술논문 색인지수)급 국제학술지에 논문 50건 이상을 등재한 국내 아토피피부염 권위자다. 대한피부과학회와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이사기도 한 손 교수는 "기존 치료법의 한계가 안타깝다"면서도 "최근 완치의 길이 열리고 있다"며 환자들에게 희망을 던졌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대한피부과학회 사무실에서 손 교수를 만났다.
- 아토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0년부터 피부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다. 피부염 기초 연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토피피부염 연구와 치료를 하게 됐다. 아토피는 기본적으로 각질 세포에 염증이 생기는 피부염과 비슷하다."
- 아토피는 어떤 질환인가. "아토피피부염을 가벼운 피부병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는 만성 전신 면역 질환이다. 복합적인 유전 환경적 원인으로 과도하게 활성화된 면역계가 염증 반응 물질을 피부 표면에 전달하면서 염증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신체 여러 부위에 가려움증·발진·건조증·부스럼 등을 야기한다."
- 환자들이 매우 괴로워하는 질환으로 알고 있다. "중등도-중증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 10명 중 8명(86%)은 매일 가려움증을 느끼며, 6명(63%)은 하루 최소 12시간 이상 가려움증을 느낄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수반한다. 성인 환자 2명 중 1명의 환자가 일주일에 5~7일이나 수면 장애를 겪으며, 3명 중 1명은 불안·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를 호소한다. 이러다 보니 직장 생활 등 사회생활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 많으며, 사회로부터 철저히 고립되는 환자들도 있다. 환자들은 마치 사회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은 것과 같다고들 한다. 암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중증 아토피피부염은 그에 못지않은 심각한 중증 질환이라고 생각한다."
- 하루에 진료하는 아토피 환자가 얼마나 되나. "하루 120명가량이 병원 피부과를 찾는데 이 중에 30~40명이 아토피 환자다. 민간요법 등 여러 치료를 하다가 안 돼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일부 환자의 경우 목초액이나 소금물이 좋다고 해서 바르는 등 잘못된 민간요법으로 화상을 입거나 세균에 감염돼 합병증이 발생해 입원하기도 한다."
- 환자들이 가장 많이 묻거나 호소하는 게 있다면? "안전한 치료법 또는 확실히 증명된 치료법이 뭐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 아토피가 치료가 어렵고 만성적인 질환이기 때문이다."
- 환자들이 가장 흔히 오해하는 것은. "아토피를 단순한 피부 질환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아토피는 만성적인 전신 면역 질환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피부가 깨끗해 보여도 피부 진피층 근처에 여전히 염증이 있을 수 있어 완치된 것은 아니다. 그래서 꾸준한 관리와 치료가 중요한데, 많은 환자들이 증상이 심해지는 악화기에만 병원을 방문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안타깝다."
- 아토피 환자를 치료하는 데 가장 힘든 점은. "중증 아토피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약제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스테로이드제를 쓰는데 부작용이 많다. 국소 스테로이드제의 경우 장기간 사용 시 피부가 얇아지고, 얼굴이 벌게지는 경우가 있다. 전신은 너무 부작용이 심해서 금기시된다. 아토피는 그 원인이 유전적인 부분도 있고 여러 환경적인 요인도 있어서 질환의 정체가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중증의 경우 아직 표준 치료법이 없는 등 치료법에 한계가 있다."
- 아토피 완치는 요원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최근 아토피에 대한 연구가 많이 되면서 그 원인을 없애는 치료제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표적 생물학적제제가 바로 그것이다. 중증 성인 아토피 환자에게 지속적인 염증을 유발하는 핵심 매개 물질인 인터류킨-4와 인터류킨-13의 작용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표적 생물학적제제는 아토피 치료에 있어 획기적인 신약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치료제로 증상이 조절되지 않았거나 부작용 등 때문에 기존 치료제를 권장하지 않았던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아토피의 근본 치료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난치병으로 불리던 건선도 표적 생물학적제제로 거의 완치에 가깝게 치료가 가능해졌다. 아토피는 염증성 피부 질환이라는 점에서 건선과 공통점이 있어 표적 생물학적제제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
- 요즘 성인 아토피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데. "지난해 기준 아토피피부염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94만2927명이다. 어린아이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질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 가운데 20세 이상이 42.7%(40만2938명)나 된다. 취업 준비 등으로 인한 심한 스트레스, 주거 및 근무 환경의 변화 등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있다."
- 성인 아토피가 심각한 이유는. "성인의 경우 유병 기간이 평균 23~28년에 달한다. 오랫동안 질병을 앓은 중증 환자 중에는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환자들이 많다. 또한, 학업·취업·결혼 등 인생의 중요한 기로나 기회에 있어 질환으로 인해 악영향을 받거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환자들이 큰 좌절감을 느끼는 점은 참 안타깝다."
- 아토피 환자들이 이것만은 지켰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아토피는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질병이다. 의사는 환자의 병력, 치료 이력, 이에 대한 반응과 중증도, 악화 패턴을 고려해 장기적인 치료와 관리 전략을 세우게 된다. 그런데 일부 환자들은 얼마간 치료받다가 효과가 없는 것 같다며 병원 치료를 그만두고 대체 요법이나 민간요법을 시도하거나 증상이 더 악화돼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담당 의사를 믿고 꾸준히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아토피는 몸이 힘들면 심해지는 만큼 증상이 심해질 때는 휴식을 취하고 안정하는 게 중요하다."
- 가을철 아토피 치료 관리 노하우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환절기에는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해 일교차가 커지고, 공기 중의 습도가 감소해 건조해진다. 따라서 평소보다 피부 보습에 더 유의할 필요가 있다. 쌀쌀한 시간에 외출할 경우에는 긴팔 겉옷을 준비해 체온을 유지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 아토피 환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획기적인 표적 생물학적제제가 개발돼 치료 성공률을 보다 높일 수 있게 됐다. 희망을 잃지 마시라."
권오용 기자 kwon.ohyo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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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9월 11일자 14면 '죽을 때까지 가렵다'라는 아토피 관련 지면 제목이 과장된 점에 대해 아토피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
향후 아토피 관련 후속 보도 시 이 부분을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아토피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정중히 사과드립니다.